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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은법’에도 나아지지 않은 예술인의 삶

2011년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씨가 생활고 때문에 사망한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며칠째 아무것도 먹지 못했으니 남는 밥이랑 김치가 있다면 저희 집 문 좀 두드려 달라’며 이웃집 대문에 남긴 최 작가의 쪽지는 예술인의 비참한 삶을 적나라하게 고발했다. 이 사건으로 예술인의 지위 권리를 보호하고 창작활동을 돕는다는 취지의 예술인복지법(최고은법)이 제정됐다. 그러나 이후 배우 판영진·김운하·우봉식씨 등이 생활고로 숨지는 일이 되풀이됐다.

그제 문화부가 3년 단위로 시행한 2015 예술인 실태조사 역시 예술인들의 삶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예술활동으로 1년간 벌어들인 평균 월수입은 100만원가량(연 1255만원)에 불과했다. 1년간 한 푼도 벌지 못했다는 예술인도 36.1%에 이른다. 이는 문화예술인의 67%가 월평균 수입 100만원 이하이며, 그중 26.2%의 수입이 ‘0’이었다는 2012년의 조사와 비교할 때 별반 나아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10명 중 7명은 정식계약조차 체결하지 못한 채 활동했다. 국민연금(56.8%)이나 산재보험(26%), 고용보험(25.1%) 가입률 또한 전체 임금노동자의 가입률보다 극히 낮았다. 비근한 예로 프리랜서나 계약직이 대부분인 예술인들의 국민연금 가입률은 임금노동자(68.9%)와 견주면 형편없는 수준이다. 그러니 노후대책은 언감생심이다.

그동안 문화부는 창작지원준비금과 예술인 파견 지원사업 등 다양한 지원사업을 펼쳐왔다. 하지만 이번 조사가 보여줬듯 혜택의 체온이 현장 곳곳까지 전달되지 않고 있다. 지원을 받으려면 예술인임을 확인하기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경력 및 수입을 당사자 스스로가 입증해야 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전단을 뿌리는 등 말단 스태프로 오랜 훈련 과정을 거쳐야 하는 예술가, 특히 청년들이 경력과 수입을 입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예술가 역시 어엿한 사회의 구성원이기에 시민의 기본권을 보장받아야 한다. 프랑스나 영국·독일처럼 일정한 기준에 도달하는 예술인을 위해 법적, 제도적 보호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근로기준법에 따른 4대 보험 보장 등과 같은 사회안전망 안에 예술인들을 끌어들여야 한다. ‘예술은 스스로 좋아서 하는 것이고, 원래 배고픈 것이 아니냐’고 치부하거나 예술인 지원을 시혜로 여겨서는 안된다. 예술인에게도 예술하는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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