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존영’ 논란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한 방송사 진행자는 ‘존영’을 ‘영정’으로 잘못 말해 사람들의 입길에 오르내린다. 일상생활에서 보통 사람들이 쓰지 않는 단어를 선택해서일까? 왕조시대의 사고, 심지어 ‘어진’을 들먹이는 이도 있다. 도대체 ‘존영’이 뭐길래. ‘영정’이 아니라 ‘존영’에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는 걸까?
‘영정’은 제사나 장례를 지낼 때 위패 대신 쓰는, 사람의 얼굴을 그린 족자를 일컫는다. 고인의 사진에나 쓸 수 있는 말이다. 한데 ‘존영’은 남의 사진이나 화상 따위를 높여 이르는 말일 뿐이다. ‘존영’은 특별히 대통령의 사진을 지칭하는 말도, 지체 높은 사람의 사진을 가리키는 말도 아니다. 해서 ‘어진’에 비할 수는 없다.
‘어진’은 임금의 화상이나 사진을 일컫는다. 또한 ‘어진’이란 말은 임금에게만 쓸 수 있다. 하지만 ‘존영’은 자신의 사진을 지칭하지 않는 한 누구에게나 쓸 수 있는 말이다. 우리말법에 어긋나지도 않는다. 사진이라 하면 될 것을 ‘존영’이라 해야 하는지는 의문이지만 사전적 의미만 살핀다면 문제가 될 말은 아니다.
한데 왜 이토록 논란이 되는 걸까? 잘 쓰지 않는 말에 대한 거부감 때문일까.
그동안 정치권이 보여준 한심한 모습에 국민들의 반감이 드러난 걸까. 결과적으로 사전 속에 잠들어 있던 ‘존영’만 세상 밖으로 나온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