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치러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로 제주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16년째 깃발을 꽂게 됐다. 제주시을 지역구에서는 지연과 학연이 없는 오영훈 당선인(48·더불어민주당)이 선택 받음에 따라 제주 선거문화의 병폐로 지목됐던 ‘괸당(친척) 선거’를 깼다는 평가가 나온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측근이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전패하면서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됐다.
△‘원희룡 마케팅’ 신조어까지 등장했는데…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제주지역은 3개 지역구 모두를 더불어민주당(제주시갑 강창일, 제주시을 오영훈, 서귀포시 위성곤)이 휩쓸었다. 이로써 제주 지역은 17대 국회의원 선거부터 이번 20대까지 내리 16년째 더불어민주당이 차지했다.
새누리당은 이번 제주 선거에서 ‘야당 12년 심판론’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새누리당도당은 선거 전날 성명을 통해 “집권여당 국회의원 한 사람 없는 야당 12년의 한계를 도민들은 잘 알고 있고 도민에게 약속한 무엇 하나 해결된 것은 없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12년 야당 독식을 ‘바꿔보자’는 새누리당의 읍소는 선거 중반까지 작용하는 듯 했지만 결국 이번에도 전패했다.
이는 일방통행식 박근혜 정권의 국정운영, 공천 과정에서 보여준 여당의 오만함에 대한 심판이 제주 지역에서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후보(양치석, 강지용)들이 재산 신고를 누락하며 각종 의혹에 시달린 것 역시 민심에 영향을 끼쳤다. 이들은 선관위로부터 검찰에 고발 당했다.
이번 선거 결과를 받아 든 원희룡 제주지사의 표정도 밝지 않다. 제주에서는 예비후보 등록과 함께 3개 선거구에서 1명씩 새누리당 예비후보가 원 지사를 전면에 내세우며 선거운동을 벌였다. ‘원희룡 마케팅’라는 신조어가 나돈 배경이다. 하지만 현덕규(제주시 을), 강영진(서귀포시) 전 예비후보가 경선에서 탈락했고 양치석 후보(제주시 갑)도 13일 고배를 마셔야 했다.
정치적 고향인 서울 양천 갑에서는 원 지사의 최측근인 이기재 전 서울본부장이 새누리당 후보로 나섰지만 낙선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14일 “함께 풀어야 할 현안이 산적해있고 이제는 더 큰 제주를 위해 모두가 하나가 돼야 할 때”라며 “20대 국회에서 제주의 현안과 제주의 미래를 위한 사업들이 더 잘 추진될 수 있도록 최대한의 협력체계를 갖춰 가겠다”고 말했다.
△‘괸당 선거’ 깨지나
이번 제주 선거에서는 서귀포시가 고향이고 서귀포시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오영훈 당선인(48·더불어민주당)이 제주시을 지역을 차지하면서 선거 때마다 악습으로 거론됐던 ‘괸당 선거’를 깼다는 평가도 나온다.
제주에서는 선거 때마다 ‘이당 저당보다 괸당(친척)이 최고’라는 말이 나돈다. 괸당(권당)은 제주어로 친·인척, 이웃을 의미한다. 즉, 서로 알고 지내는 좁은 지역사회인 만큼 도우며 살자는 취지가 강하다. 육지와 단절된 섬의 특성상 발달된 고유한 제주만의 문화이지만 선거에서만큼은 정책 선거를 방해하는 걸림돌이 됐다. 이유를 묻지 않고 지연과 학연에 따라 표를 몰아주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주시 을에서 당선된 오 당선인은 서귀포시 남원읍 출신인데다 서귀포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제주시을 지역구에 포함된 일도 1·2동에서 도의원을 2번 지냈을 뿐 새누리당 부상일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고가 약했다.
오 당선인은 괸당 문화가 강한 구좌읍과 조천읍 등 농촌 지역에서 상대 후보에 밀렸지만 도심 지역에서 선전하면서 2.9%p차로 신승을 거뒀다. 오 당선인이 우세했던 삼양동 등은 이주민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아파트 단지가 새롭게 들어선 곳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