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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민심의 승리

입력 2016.04.14 21:46

수정 2016.04.14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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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정우 | 경북대 명예교수·경제학

4·13 총선은 뜻밖에도 여당 참패, 야당 압승으로 끝났다. 선거 전날까지만 해도 1여다야 구도로 치르는 선거에서 보나마나 여당은 낙승할 거라고 모두들 예상하고 있었다. 심지어 개헌 저지선이 뚫리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조차 있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전혀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시대의 창]위대한 민심의 승리

이것은 민심의 승리다. 박근혜 정권의 실정과 오만에 대한 심판이다. 박근혜 정권은 3년이 지나도록 경제, 민생, 외교에서 아무런 업적도 내놓지 못한 채 남 탓, 야당 탓, 국회 탓만 하고 있었다. 보수적 국민들조차 이 말에는 동의하지 않음이 이번 선거에서 드러났다. 이명박 정부부터 새누리당 집권이 8년이 지났는데, 경제가 나쁘고 민생이 도탄에 빠진 것이 아직도 집권 여당의 책임이 아니라고 한다면 그게 말이 되는가. 박근혜 정권 3년 동안 해놓은 것이라고는 퇴행적 국사교과서 국정화, 망국적 위안부 문제 합의, 상습적 부동산투기 조장 등 실정뿐이며, 좋은 일을 한 기억이 별로 없다.

대통령은 ‘선거의 여왕’이란 칭찬에 도취되어 누가 봐도 납득할 수 없는 공천 학살을 자행하여 스스로 지지층 이반을 일으켜놓고도 태연하게 선거 직전에 빨간 옷을 입고 선거 접전지를 다녔고, 투표 당일에도 빨간 옷을 입고 투표장에 나타났다. 그래도 이길 거라는 오만한 ‘선거의 여왕’을 국민이 가차없이 심판한 것이다. 내가 사는 대구에서조차 주위에서 ‘이번에는 1번 안 찍을 거다’ ‘이번에는 본때를 보여야 한다’고 말하는 보수 시민을 많이 봤다.

야당은 압승을 거두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서울 강남에서도 당선자를 내는 등 서울과 수도권을 석권했고 대구, 부산, 경남에서도 예상 밖의 당선자를 다수 내어 대승을 거두었다. 이제 명실상부한 전국 정당에 가까운 정당은 더민주이다(다만 광주, 경북에서 전패한 것이 흠이다). 야당의 불모지였던 대구에서 김부겸이라는 희망의 불꽃을 피워올렸고, 부산에서는 당선자를 5명이나 냄으로써 ‘야당 도시’ 부산의 명예를 크게 회복했다.

하기야 대구도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에는 ‘야당 도시’라는 자랑스러운 별명이 있었는데 지금은 자타가 공인하는 보수의 아성이다. 이번 총선에서 김부겸, 홍의락 당선이 대구의 명예회복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서슬 푸르던 유신독재 시절 국회에서 우리나라의 국시는 반공일 수 없고, 통일이어야 한다는 지극히 옳은 연설을 용감하게 했다는 이유로 유성환 의원이 구속당한 이후 31년 만에 대구에서 야당 의원이 출현했으니 글을 쓰는 지금 벅찬 감회를 누를 수 없다. 나도 대구 출신으로서 이제 어깨를 펴고 다닐 수 있게 됐으니 대구 시민들에게 자부심을 느낀다.

국민의당은 38명의 당선자를 배출하여 예상보다 큰 성과를 올렸다. 이것은 호남 석권과 비례대표에서의 선전 덕분이다. 호남이 국민의당을 선택한 것은 앞으로 어떤 평가를 받을지 두고 볼 일이다. 비례대표에서 국민의당의 약진은 기존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 그리고 더민주의 비례대표 공천 실패에 대한 반사이익이라고 본다. 국민의당은 절반의 성공일 뿐이다. 왜냐하면 국민의당은 지역에서 25석을 얻었는데, 야당 분열로 인해 전국적으로 새누리당에 내어준 의석 수가 그보다 더 많기 때문이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 탈당, 분당한 행위는 납득할 명분이 없고, 그들이 내세운 친노 패권주의는 근거가 없다. 보라! 이번에도 친노는 대거 당선됐고, 더구나 새 얼굴이 여럿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사실 친노는 새누리당이 가장 두려워하는 개혁세력이다.

이제 여소야대 20대 국회는 무엇을 해야 하나? 박근혜 정권이 헌신짝처럼 버린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 실현이 물론 중요하다.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선거제도 개혁이다. 첫째, 소선거구제에서 중대선거구로 개편. 이것만 해도 지역 싹쓸이는 크게 줄어들고 김부겸, 이정현은 쉽게 당선될 것이다. 둘째, 비례대표 의석 증가. 복지국가, 경제민주화를 실현하고 민의에 비례하여 의석을 나누려면 비례대표 의석을 대폭 늘려야 한다. 그런데도 19대 국회는 겨우 54석이던 비례대표 의석을 47석으로 줄이고 말았다. 이를 독일처럼 의석의 절반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100석을 목표로 늘려나가야 한다. 셋째, 투표 연령 인하. 18세부터 투표하는 나라가 세계 232개국 중 215개국이니 세계의 대세다. 우리도 18세로 낮추어야 할 때다.

세 가지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 줄기차게 반대해온 정당이 새누리당인데, 이제 여소야대가 되었으니 개혁의 기회가 왔다. 당리당략을 뒤로하고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 선거제도를 개혁하는 것이야말로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정치혁명을 완성하는 길이다. 민심은 위대하다. 이제 정치권이 뒷받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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