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 게임에서 자기 패를 보지 않고 아무 패나 손 가는 대로 뒤집는 것을 흔히 ‘깜깜이’라고 한다. 도박판의 은어처럼 쓰일 법한 이 ‘깜깜이’가 신문·방송에 자주 등장한다. ‘깜깜이 선거’ ‘깜깜이 인사’ 등에서 보듯 명사 앞에 수식어처럼 붙는다.
의미도 ‘마구잡이’ ‘예측하지 못하는’ ‘꼭꼭 숨기는’ 등 한두 가지로 정의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하다. 쓰임새의 폭도 넓어지고 있다. ‘깜깜이’는 포커판에서 쓰는 용어여서인지, ‘깜깜하다’가 연상되어서인지 부정적인 상황에서 쓰이는 경향이 있다.
‘깜깜이’는 사람들이 많이 쓰는 말이지만 국어사전엔 없다. 하지만 ‘깜깜이’가 우리말법에 어긋나는 말도 아니다. 까맣게 어둡다거나 희망이 없는 상태에 있다를 일컫는 ‘깜깜하다’의 어근 ‘깜깜’에 명사화 접미사 ‘이’가 붙은 꼴이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방향 지시등을 이르는 ‘깜빡이’도 ‘깜빡하다’의 어근 ‘깜빡’에 ‘이’가 붙어서 된 말이다.
‘답답하다’나 ‘깔끔하다’에서 나온 ‘답답이’나 ‘깔끔이’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이’는 동사나 형용사 어근에 붙어 사람이나 사물, 일을 뜻하는 명사를 만든다. 다만 ‘깜깜이’의 ‘이’는 통상적인 ‘이’의 의미(사람이나 사물)와 문법적 기능(명사)에서 좀 더 확장된 듯하다. ‘이’가 붙는 말은 대부분 명사 역할에 그치는 데 반해 ‘깜깜이’는 명사를 꾸미는 형용사적 기능도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