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14일 종일 침통한 분위기 속에 허둥지둥댔다. ‘탄핵 역풍’이 일었던 2004년 총선 때보다 질적으로 더 나빠진 성적표를 받아든 김무성 대표 등 지도부는 총사퇴를 결의하고 비상대책위원회체제 가동에 합의했다. 하지만 현 위기를 근본적으로 추스를 만한 인물이나 주도 세력이 없어 새 지도부 선출 전까지는 ‘땜질식 처방’만 내놓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가운데)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해단식에서 발언하는 동안 김무성 대표(왼쪽)는 눈을 감고 있고, 안형환 선대위 대변인은 얼굴을 감싸쥐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는 김 대표와 김태호 최고위원, 황진하 사무총장이 사퇴 의사를 표명하며 고개를 푹 숙였다. 중앙선대위원 35명 중 10명만 참석했다. 그들 뒤 배경판 문구는 ‘국민 뜻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였다.
고개를 깊이 숙인 채 자리에 앉은 김 대표는 “국민께서 매서운 회초리로 심판해 주셨다”고 했고, 김 최고위원도 “오만함에 대해 철저하게 반성하고 2004년 탄핵 정국의 ‘천막당사 정신’으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반성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당장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다급한 마음에 이날 저녁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1시간여 진행된 회의에서는 오전 사퇴 의사를 표명한 김 대표와 김 최고위원 외에 추가로 서청원·이인제·김을동 최고위원이 자리를 내놓기로 했다. 회의에서 비상대책위원장에 추대된 원유철 원내대표가 총선 전 “절대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했던 유승민 의원 등 탈당 후 무소속 출마 당선자들의 복당도 사실상 100% 수용키로 했다.
‘당 정체성’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공천에서 배제한 인물을 며칠 만에 받아들일 수 있느냐는 비판에 대해 김 최고위원은 “그 당시에는 그랬지만, 국민이 판단해서 선택된 사람이라면 명분이 충분히 주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원 원내대표의 비대위 체제는 이르면 다음주 들어서지만 앞으로가 ‘산 넘어 산’이다. 김 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 잠룡들이 한꺼번에 몰락하면서 당의 구심점이 사라진 데다 친박·비박 간 계파 갈등이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최고위원들은 이날 탈당 인사들의 ‘조건 없는 복당’에 합의했지만 당장 친박계 홍문종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무소속이라고 다 똑같은 무소속은 아니다. 선거 끝난 지 하루밖에 안됐는데 무소속 입당 얘기는 국민 보기에 겸손하지 못한 것”이라며 반발하는 기류다.
비대위는 빠른 시일 내에 새 당 대표와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준비할 예정이다. ‘4·13 참사’를 수습할 새 당권주자로는 친박색이 엷으면서도 의원들과 두루 원만한 관계인 이주영 의원과 수도권 비박계 정병국 의원, 이혜훈 당선자 등이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