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탄핵 역풍’ 때보다 참혹한 새누리 완패…왜?
새누리당이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참패했다. 그냥 참패한 정도가 아니라 현 여권엔 2004년 17대 총선의 ‘탄핵 역풍’ 당시보다 참혹한 완패다. 원내 제1당 자리마저 더불어민주당에 내줬다.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선 전체 의석(122석)의 3분의 1도 얻지 못했다.
언론 프리즘을 통한 민심은 정부·여당의 이 같은 궤멸적 패배를 박근혜 정부에 대한 ‘선거혁명’으로 평가하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경제·안보 동시 위기’를 외쳐온 집권세력이 국정을 책임진 본분은 망각한 채 ‘선거용’ 국민 불안만 키워온 데 민심이 냉철한 평가를 내렸다는 것이다.
14일 최종 개표결과에 따르면 지역구 253곳 가운데 더민주가 110곳, 새누리당 105곳, 국민의당 25곳, 정의당 2곳, 무소속은 11곳에서 당선됐다. 비례대표는 새누리당 17석, 더민주와 국민의당 각 13석, 정의당 4석이었다.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하면 더민주가 123석, 새누리당 122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무소속이 11석을 얻었다. 야 3당만 167석에 달했다.
새누리당은 수도권에서 35석만 얻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지지 기반인 영남권(65석)에서도 17석을 야당과 무소속 후보에게 내줬다. 그 결과 의석수는 탄핵 역풍이 불었던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건진 121석과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졌다. 새누리당은 원내 제1당 자리마저 빼앗기면서 국회 주도권을 잃게 됐다. 박근혜 정부 후반기 국정운영도 심대한 타격을 입게 됐다.
이 같은 위기 상황은 여권이 자초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근혜 정부는 그간 역사교과서 국정화, 한·일 위안부 합의, 테러방지법 강행 등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으로 일관했다. ‘막장 공천’ 파동이 상징하듯 민생과 여론은 외면한 채 대통령 ‘친위세력’ 구축을 향해 폭주했다. 비박 공천학살 논란 속에 친박계 주류에선 “몇 석을 잃더라도 박근혜 정부 후반을 뒷받침하는 구도로 가야 한다”는 말이 공공연히 불거지기도 했다.
특히 ‘경제·안보 동시 위기’ 등 선거 직전까지 부각시켜온 ‘위기론’이 ‘심판’ 역풍을 맞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청와대·여당은 그간 경기 침체와 청년 실업 등 민생위기와 북핵 위협 등 안보위기를 야당 심판론 근거로 활용해왔다.
박 대통령은 선거개입 논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국회 심판론을 줄기차게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정작 위기의 1차적 책임이 있는 집권세력으로서의 책임의식이나 자성은 없었다. 오히려 ‘국가비상사태’라고 했던 집권세력이 권력을 향한 이전투구를 벌이는 행태만 목도됐다.
결국 4·13 총선 민심은 위기를 해결하기보다 거꾸로 선거에 활용해온 집권세력의 오만과 무책임에 대한 심판 성격이 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제 눈의 들보’는 외면한 채 야당 심판을 외치던 ‘선거의 여왕’에 대해 유권자가 그 어느 때보다도 냉혹한 평가를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