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끝났다. 제20대 국회에선 16년 만의 ‘여소야대’ 정국이 실현됐다.
야권을 지지하는 청년층의 선거 참여가 높았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선거 이후 강도 높은 청년 일자리 대책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기도 한다. 일부의 예상대로 20대 총선에서 청년층의 투표 참여율은 지난 몇 번의 선거보다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선거의 사전투표자 513만1721명 중 ‘19~29세’는 132만 2574명(25.8%)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정부의 청년 정책은 변화할 것인가. 수도권 외 지역 청년들에게 이번 선거에서 느낀 점을 들어봤다. 전문가들의 예상처럼 지역 청년들도 정부 정책의 변화를 기대하고 있을까.
■초등학교 교사 홍선희(30) = 경기 포천
“경기도임에도 교통시설이나 경제분야가 낙후돼 있으니 20~30대 인구가 많지 않아요. 여기서 청소년 시절을 보냈어도 성인이 되면 직장을 찾아 수도권으로 많이들 가더라고요. 저는 직장도 그렇고 부모님도 여기 계시다 보니 옮기기가 어렵죠. 답답한 면이 많아요. 청년이 없다 보니까 사실 정치인들도 청년 공약을 내세우지 않거든요. 청년정책이나 복지 차원보다 도시개발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게 사실이죠. 구리랑 포천 간 민자고속도로를 개통하겠다거나 지하철 7호선을 연장하겠다, 이런 얘기가 많아요. 복지가 20이라면 도시개발은 70~80의 비중을 차지해요. 인구 구성상 중장년 그 이상의 세대을 위한 정책이 많고 청년은 소외되는데,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으니까 기다리고 있는 거죠”
-경기도 포천은 전형적인 여당 지역이다.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새누리당 김영우 의원은 지난 18대, 19대에 이어 이번 20대까지 3선 국회의원이 됐다.
■예술업계 종사자 김지영(29) = 강원 화천
“화천은 인구 대비 청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지역구 후보의 청년 공약이 없었던 걸로 기억해요. 도로를 넓힌다든가 하는 기초적인 공약을 더 중요시하죠. 군사 지역이어서 청년층 중에서도 군인 자녀와 그와 관련된 사람들이 많은데, 이들은 지역에 오래 있지 않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청년 정책을 고민한다고 보기도 어렵고요. 서울시는 올해 7월부터 청년활동 수당이라고 해서 취업난에 빠진 젊은이들한테 50만원을 지급하는 게 있다고 알고 있는데, 그런 얘기가 나올 수 있는 수도권 지역이 부럽죠. 지역은 청년을 위한 정책을 경험할 수 있는 토대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어요”
-이번 선거에서 강원도는 원주을 지역구를 빼고는 전체 7석 중 6석을 새누리당에서 가져갔다. 강원도는 젊은층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원주 외에는 대부분 여권 성향으로 평가받는다. 강원도 홍천·철원·화천·양구·인제군의 황영철(새누리당) 당선자는 3선 의원이 됐다.
■사회적기업가 안채윤(31) = 충북 제천·단양
“제천은 청년의 불모지로 불려요. 청년 인구가 없어서요. 이번 선거에서도 각 당의 후보들이 청년 정책을 어필하지도 않았어요. 청년 일자리 공약이 있었지만, 거대 담론이 많았어요. 청년 부동층이 많다고 보고 그냥 공수표를 던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권석창 당선인(새누리당)의 공약에는 지역 경제를 살리려 사회간접자본(SOC)을 투자하고 신혼부부와 청년을 위한 임대주택을 건설하겠다는 방안이 있었어요. 반드시 지켜줬으면 해요”
-8석이 걸려 있던 충북에서는 새누리당이 5석을, 더불어민주당이 3석을 가져갔다. 이중 충북 제천·단양은 18대부터 20대까지 모두 새누리당(옛 한나라당 포함) 후보가 의석을 차지하게 됐다.
■공무원 이보라(27·가명) = 충남 공주
“선거 결과를 보고 수도권으로 갈까 하는 생각도 했어요. 서울은 인물이나 선거 이슈에 의해 당선자가 변화하는 움직임이 보이는데 여기는 그런 게 아니라서요. 지역에 노년 인구가 청년에 비해서 많다보니 청년 이슈가 주도하는 건 성립하기 어려운 게임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수도권은 비정규직이나 쉬운 해고처럼 청년들이 걱정하는 노동개혁의 움직임이 이번 결과로 인해 좀 주춤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들었는데, 여기는 아니니까요”
-충남 공주시·부여군·청양군 당선자 정진석 의원(새누리당)은 16, 17, 18대에 이어 20대 국회의원 선거에 당선되며 4선 의원이 됐다.
■학생 정슬기(28) = 광주광역시 동남구갑
“전체적으로 야당이 많이 됐으니까 청년 정책에 희망이 생기긴 했지만, 공약을 얼마나 지킬까에 대해서는 지켜봐야 될 것 같아요. 사실 서울이나 수도권 같은 경우는 주거 문제가 크다 보니까 그쪽으로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은데, 지역은 다르거든요. 지역은 일자리 문제가 중요하죠. 지역 의원들이 청년들을 위해서 해야 할 건 일자리나 복지인데, 지역 의원이 바뀐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 같지는 않고, 나라 전체적으로 지역 청년의 일자리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야 할 것 같아요”
-광주는 전체 8개 지역구 전체를 국민의당이 가져갔다. 정씨는 호남에서 국민의당이 약진한 이유에 대해 청년 정책이나 당에 대한 선호보다 인물이 중요했던 게 아니냐고 말했다.
■청년활동가 박혜령(27) = 전북 전주을
“국민의당이 호남에 새로 등장했어요. 하지만 당선자 개인이나 정당을 향한 기대는 없어요. 국민의당도 새로운 인물은 없죠. 전 공약에 관심이 가요. 국민의당 정동영(전북 전주병) 당선자는 청년 타운을 만들고, 청년 주택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는데 실천할지 두고 봐야죠. 모든 후보들이 청년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일자리는 하루 이틀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잖아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려면 지역 경제 구조 개혁이 필요하죠. 당선자들에게 역량이 있는지 의문이에요. 지역에서 당선된 의원이라도 중앙 정치를 잘 했으면 좋겠어요. 예산도 부족한 마당에 건물 짓고, 다리 세우려고 하는데 그냥 지역 정치는 지역 의원과 지자체장에게 맡겨 두고 청년기본법이 국회에서 통과할 수 있도록 역량을 다해줬으면 좋겠어요”
-전북과 전남에서는 새누리당 정운천(전주을), 이정현(순천) 후보가 당선됐다. 이정현 후보는 여당후보로는 최초로 호남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정운천 후보는 이명박 정부의 초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으로 2008년 당시 ‘광우병 파동’을 겪은 뒤 사퇴했다.
■대학원생 이시훈(30) = 대구 달서을
“대구에서 김부겸, 홍의락 두 야당 후보가 당선됐는데, 전국 정치 차원에서는 큰 이슈였죠. 하지만 당선된 두 분이 청년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인가에 대해선 비관적이에요. 야권 후보 2명으로 대구지역에 산적한 청년 일자리와 경제 구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고요. 선거 과정에서도 두 후보가 청년 공약으로 유권자들에게 크게 다가갔던 것도 아니었어요. 대구는 권영진 시장이 청년원탁회의를 하는 등 지역 청년 문제 해결에 나서기 시작했지만, 지역 여론 구조가 보수 성향의 장년층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20대 국회에서는 대구 지역 의원들이 청년 보좌관도 많이 쓰고, 지방의회에 청년들을 더 많이 보낼 수 있게 지원해줬으면 해요. 그래서 대구 청년들의 여론이 지금보다 크게 형성됐으면 좋겠어요”
-김부겸 당선자(더불어민주당)와 김문수 후보(새누리당)의 경쟁을 1년 동안 지켜본 한 정치평론가는 “여론조사 추이를 살펴보면 김문수 후보가 김부겸 당선자를 상대로 40% 이상 지지를 얻은 적이 없다. 그만큼 김부겸 당선자가 지역구 관리에 힘을 쏟은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장동현(25) =울산광역시 울주
“이번에 16년 만의 여소야대라는 이변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사실 기대가 별로 없어요. 이번 선거에서도 그랬지만 정당을 대부분이 청년을 그저 ‘표’라는 것 이외에는 의식하지 않는 것 같고요. 울산 지역 전체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 20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사회에 진입하는 연령대의 사람들이 별로 없어요. 서울 쪽으로 다 가버리니까요. 지역 젊은층이라고 하면 지역 공장노동자나 교사 공무원 정도로 계층이 단일화되는 면이 많아요”
-울산은 6개 지역구 중 3개 지역구를 새누리당이, 3개 지역구를 무소속 의원이 가져갔다. 울주에서 당선된 강길부 후보의 경우, 새누리당 당내 경선에서 컷오프 된 뒤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울산 남을은 새누리당 박맹우 당선자
■대학생 김영준(25) = 부산 금정
“야당이 부산에서 다섯 명이나 당선됐어요. 하지만 부산에서도 총선 이슈는 ‘청년’이 아니었어요. 정책보다는 지역패권, 지역주의가 주요 이슈였죠. 각 당의 후보들도 청년 관련 정책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고요. 기억에 남는 부산지역 후보자들의 청년 정책이 하나도 없어요. 20대 국회가 들어서면 부산 지역 의원들이 청년 정책을 실현해줬으면 좋겠어요. 단순히 일자리 숫자 늘리는 정책은 필요 없죠.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고 경제 구조를 개선하는 청년 정책을 꼭, 국회에서 통과시켜줬으면 해요”
-부산 총 18석 중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5석을 가져갔다. 야당은 부산에서 지난 19대 총선보다 3석을 더 챙겼다. 19대 총선에서는 문재인 의원(부산 사상)과 지금은 새누리당으로 당적을 옮긴 조경태 의원(부산 사하을)만이 당선됐다.
부산 연제는 더민주 김해영 당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