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국민의당 지지한 이유는”
지난 14일 오후 광주 동구청 사거리 신호등 앞. 국민의당 박주선 당선자와 같은 당 소속의 김성환 동구청장 당선자의 당선 감사 플래카드가 나란히 걸려 있었다. 이를 바라보던 이경민씨(47)는 “광주 사람들이 이번에 더불어민주당에 제대로 회초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그동안 더민주가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줘도 어쩔 수 없이 표를 줘왔는데 이제는 다른 대안(국민의당)이 있지 않으냐”면서 “더민주는 이번에 광주에서 심판을 당한 것”이라고 했다.
지난 14일 오후 광주 동구청 인근 사거리에 국민의당 박주선 당선자와 같은 당 소속으로 동구청장 재선거에 당선된 김성환 당선자의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4·13 총선에서 광주는 국민의당 후보가 8개 지역구 모두에서 더민주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자치단체장인 동구청장 재선거까지 포함하면 국민의당은 광주에서 치러진 9개 선거를 모두 이겼다. 광주의 이런 선택은 양당 체제로 선거가 치러진 12년 전에도 있었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더민주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은 민주당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며 광주 7개 지역구를 모두 가져갔다. 더민주는 국민의당에 밀려 단 한 명의 당선자도 내지 못했다.
직장인 박수광씨(39)는 “기존 정치인들을 후보로 내세운 국민의당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더민주에 대한 실망감이 그보다 더 컸다고 보면 맞을 것”이라면서 “더민주가 ‘전략공천’한 후보들 중 양향자 후보를 빼고는 이름도 잘 모를 정도인데 어떻게 표를 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광주 서구 농성동의 한 기사식당에서 만난 택시기사 정모씨(54)도 “선거가 중반으로 가면서 ‘이번에는 국민의당을 찍겠다’고 말하는 손님들이 많아지더라”면서 “‘김종인 비대위’ 체제 이후 잠시 더민주로 향했던 눈길이 ‘셀프 공천’ 파동 이후에 다시 등을 돌린 것 같다”고 전했다.
이런 분위기는 더민주와 국민의당에 대한 정당지지도에서도 드러난다. 한국갤럽이 조사한 호남지역 정당지지도는 3월 첫째주 더민주가 35%로 국민의당(16%)을 두 배 이상 앞섰다. 당시는 국민의당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야권 통합 제안을 거부했을 때다.
하지만 두 당의 지지율은 한 달 만에 역전됐다. 3월 다섯째주 조사에서 더민주 지지율은 27%로 추락했고 국민의당은 30%를 기록했다. 1주일 뒤에는 더민주 24%, 국민의당 37%로 더 벌어졌다.
김종인 대표의 ‘셀프 공천’ 파동과 문재인 전 대표가 ‘당무 거부’를 선언한 김 대표를 설득하러 나선 이후 더민주 지지율이 급락한 것이다. 이 같은 여론은 정당투표에도 그대로 반영돼 광주에서 국민의당은 53.34%, 더민주는 28.59%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지병근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더민주는 후보 공천 과정에서 광주를 이해하지 못하고 엉뚱한 짓을 하며 자기 발등을 찍는 모습을 보여줬고 반문재인 정서도 방치했다”면서 “호남은 더민주에 대한 심판에 동감했으며 문 전 대표가 호남인들과 친밀감을 형성하지 못한 것도 실패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광주의 선택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김정희씨(42·변호사)는 “광주가 이번 선거를 통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정권교체’”라면서 “앞으로 문 전 대표와 안철수 공동대표를 놓고 누가 정권교체를 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지 계속해서 지켜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