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대량실직 우려 커져
‘새누리 안방’ 서민들 표심 바꿔
산업단지가 밀집한 울산과 경남 창원에서 노동계와 진보정당을 대표하는 후보 3명이 당선됐다. 정의당 노회찬(59·창원 성산구), 무소속 김종훈(51·울산 동구), 무소속 윤종오(52·울산 북구) 후보가 주인공이다. 새누리당의 아성이기도 한 지역에서 이들이 당선된 것은 장기화한 경기침체와 대량해고를 우려하는 유권자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대변할 수 있는 정치인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의당 노회찬 당선자가 지난 14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5일장이 열리는 상남시장에서 상인들과 악수하고 있다. 김정훈 기자 jhkim@kyunghyang.com
5일마다 장이 서는 경남 창원시 성산구 상남시장. 지난 14일 노회찬 당선자가 당선인사를 위해 나타나자 상인과 장을 보러 나온 주민들은 반갑게 손을 흔들거나 ‘노회찬’을 연호했다. 이들은 “이제 뽑아줬으니 열심히 해야 한다”며 “서민과 노동자를 위해 열심히 안 하면 국물도 없다”고 말했다.
외환위기 때 실직한 뒤 19년째 노점상을 하는 김모씨(60)는 “새누리당 당원이었는데 이번에 새누리당의 오만 때문에 탈당했다”며 “상인과 노동자를 제대로 돕고 대변할 수 있는 정치인이 뽑히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는 새누리당의 구태 정치가 유권자들의 표심에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경제위기와 고용불안도 표심을 움직였다.
창원의 한 제조업체에 비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하선숙씨(63)는 “실직에 대한 두려움이 심하다”며 “노동자가 반듯하게 서 있어야 국가 경제가 제대로 설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야권 후보 간 연대도 영향이 컸다. 이곳에선 권영길 전 국회의원이 17·18대 총선 때 두 차례 당선했으나 19대 총선에서 야권 후보 난립으로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됐다. 민주노총 경남본부 등 지역 노동계는 이번 총선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무소속 후보와의 단일화를 성사시켰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해양플랜트 사업을 추가 수주하지 못하면 올 하반기부터 2만여명이 대량실직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경남 거제도 고용불안이 표심으로 반영됐다. 이곳에서는 더민주 변광용 후보(50)가 43.47%의 높은 득표율로 새누리당 후보와 피 말리는 접전을 하다 730표차로 아쉽게 패했다.
경제위기와 고용불안 우려가 표심으로 반영된 것은 울산지역도 마찬가지였다. 울산 동구는 역대 총선에서 단 한 차례도 야권 또는 진보성향의 인사가 당선된 적이 없는 곳이다.
한 조선기자재 중소기업에 다니는 김성훈씨(47)는 “회사에 일감이 없어 며칠째 쉬는 중인데 ‘쉬운 해고 금지법’을 만들겠다는 김종훈 후보의 공약이 당장 내 처지를 이해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와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밀집한 울산 북구에서 만난 정주호씨(38·회사원)도 “새누리당 독주를 막지 못하면 경기불황에 따라 정리해고 물결이 커질 것이라는 윤종오 후보의 주장에 설득력이 있었다”고 말했다.
송광태 창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선거 결과를 놓고 볼 때 새누리당의 공천 패착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노동자와 서민들이 자신들의 권익 강화와 경기부양에 기대를 걸고 노동계·진보정당 후보에게 표를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