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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트럼프

입력 2016.05.05 20:48

수정 2016.05.05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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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결정된 도널드 트럼프에 비할 정도는 못되지만 한국에도 막말 정치인이 있다. 그 가운데 한 명이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다. 그는 지난해 말 연탄배달 봉사를 하던 중 곁에 있던 나이지리아 출신 유학생에게 “연탄하고 얼굴 색깔이 똑같다”고 말했다. 이에 한 외신기자는 트위터에 “어이가 없다” “트럼프 같다…”는 코멘트를 남겼다. 둘은 부자 아버지를 둔 금수저 출신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공교롭게도 김 전 대표의 서울 집은 트럼프의 이름을 딴 대우트럼프월드 1차 296㎡(90평)형 펜트하우스이다. 실거래가는 25억~30억원에 이른다.

전형적인 내수산업인 부동산 개발업을 하는 트럼프가 처음으로 해외에 진출한 나라는 한국이었다. 대우건설이 2002년 완공한 고급 주상복합아파트 대우트럼프월드 1차가 시초였다. 1990년대 말 뉴욕 트럼프월드타워 건설에 대우가 컨소시엄으로 참여했던 게 인연이 됐다. 비행기 여행을 꺼리는 트럼프는 이례적으로 1998년과 이듬해 한국을 찾았다. 당시 한국의 부동산시장과 조선업, 골프장 등에 투자할 뜻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에서 사업을 벌이지는 않고 이름값만 챙겼다.

대우는 2007년까지 용산과 부산, 대구 등에 7차례 트럼프월드를 지었다. 트럼프는 여의도 대우트럼프월드 1차로 83만달러(약 9억6000만원)를 받는 등 총 60억원이 넘는 브랜드 사용료 수입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트럼프를 상대했던 관계자는 “셈이 빠르고 치밀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미국 대선 초반까지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였다. 그런데 선거전이 종반으로 치달을수록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최근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대선 주자 힐러리 클린턴을 처음 추월했다. 한국 정부로서는 ‘될 수도 있는’ 트럼프에 대한 대책이 급해졌다. 그러나 트럼프 인맥이 거의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도 한국에 ‘오바마’나 ‘클린턴’ 아파트는 없어도 ‘트럼프’ 아파트는 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이걸로 어떻게 안될까. 다행히 어제 CNN 여론조사에서 클린턴이 다시 트럼프를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그럼 그렇지. 트럼프 아파트에 트럼프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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