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 부실화될 우려에
신규 취급 감축·상환 독촉
조선·해운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으로 은행들이 대기업에 빌려준 돈이 부실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은행권이 대기업에 대한 대출을 바짝 죄고 있다.
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농협금융 김용환 회장은 “(조선·해운에 대한 구조조정이 정리될 때까지) 대기업 신규 취급은 어려울 것이며 대출을 최대한 감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농협금융은 앞으로 2년 동안 부실 위험 채권들을 전수 조사했다. 부실 채권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는 대출은 아예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대기업 대출은 지난해 4월 말 95조6404억원에서 올 4월 말 90조8210억원으로 4조8194억원 줄었다. 대기업 대출 비중이 높은 우리은행은 지난해 11월 22조9725억원에서 올 4월 22조9억원으로9000억원 넘게 대기업 대출을 줄였다. 조선·해운사의 부실로 지난 1분기 3000억원대의 충당금(기업 대출금 등을 떼일 것에 대비해 자체적으로 쌓아 두는 돈) 폭탄을 맞은 농협은행은 지난해 4월 13조5603억원에서 올해 4월에는 13조109억원으로 5500억원가량 대기업 대출을 줄였다.
은행들은 대출금을 돌려받지 못할 우려가 있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계속 채무상환을 독촉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기업 상황이 좋지 않은 대기업을 매년 중점 관리그룹으로 선정해 만기 대출 상환 요청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특히 신용등급이 좋지 않은데도 신용대출을 받은 기업을 대상으로 상환을 독촉 중이다. KB국민은행은 조선·해운업을 특별관리 산업으로 분류해 대출심사를 강화하고 있다.
은행들이 돈줄죄기에 나섬에 따라 신용경색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집단대출을 제외하고 은행이 건설사에 직접 대출을 하지 않아 이자를 추가 부담하면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할 우려가 있는 신용경색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신용경색 등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다양한 정책수단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