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은 경쟁 상대를 뛰어넘도록 자극하는 요인이 된다. 인류 최초의 라이벌은 신의 사랑을 놓고 경쟁했던 카인과 아벨 형제였다. 그러나 라이벌 관계는 형이 동생을 살해하는 비극으로 끝난다. 지나치면 화가 되는 것이다. 동물 세계에서도 경쟁이 사라지면 최상위 포식자인 맹수도 활력을 잃는다. 기업도 라이벌이 있어야 좋은 제품 개발에 힘쓰기 마련이다. 삼성과 LG는 한국의 대표적인 라이벌 기업이다. 최근 삼성이 여러 분야에서 앞서고 있지만, LG도 디스플레이와 가전 등에서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자랑한다. 경쟁이 격화해 상대 흠집내기로 변질된 사례도 있다. 양측은 2년 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가전전시회 기간 중 LG 관계자가 삼성 세탁기를 파손했는지를 놓고 2년 넘게 법정다툼을 하고 있다.
스포츠에서도 라이벌은 경기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 피겨 여왕 김연아에게 일본의 아사다 마오는 ‘악역 가면을 쓴 트레이너’였다. 아사다가 없었다면 김연아는 고된 훈련을 이겨내지 못했을 것이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의 ‘엘클라시코(El Clasico)’는 세계 최고의 라이벌전이다. 전 세계 축구팬 5억명이 이 경기를 시청한다. 엘클라시코는 ‘전통의 경기’라는 뜻인데, 한국 K리그에는 ‘슈퍼매치’라고 불리는 FC 서울-수원 삼성전이 있다. 한국 프로야구 팬들은 서울 라이벌 LG-넥센의 경기를 엘클라시코에서 따온 ‘엘넥라시코’라고 부른다.
온라인 오픈마켓 11번가는 어제부터 경쟁사인 티몬의 2000여 품목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티몬의 맛집, 미용서비스, 여가생활 등의 쿠폰을 판다. 기존 11번가에서 판매했던 것은 아니어도, 라이벌의 상품을 파는 것은 이례적이다. 마치 LG전자가 삼성전자 반도체를 판매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유통업계에서는 ‘적과의 동침’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쿠팡은 이마트 브랜드를, 크라운제과는 빙그레 스낵제품을 팔고 있다. 이익을 낼 수 있다면 라이벌과도 기꺼이 손을 잡고 공생을 모색한다. 세계 1~3위를 독점했던 국내 조선사들은 과당경쟁으로 큰 손실을 내 구조조정 도마에 올랐다. 라이벌을 제칠 생각에 몰두하느라 함께 살아갈 방안은 찾지 못한 결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