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하는 작별
룽잉타이 지음·도희진 옮김
양철북 | 328쪽 | 1만4000원
여자가 말한다. “저도 이제 오십이에요. 길 건널 때 손잡지 마세요”
어느 날 여자의 아들이 말한다. “저도 벌써 열여덟 살인데, 이제 그만 제 손을 붙잡고 길을 건너려는 충동을 극복할 때도 되지 않았어요?”
그리고 이어지는 여자의 독백. ‘그 자리에 멈춰 선 나는 그대로 눈물을 쏟았다.’ 여자는 1985년 <야화집>으로 대만 민주화를 이끈 작가 룽잉타이다.
<눈으로 하는 작별>은 그가 사회문화비평가가 아닌 딸로, 엄마로, 누이로 써 내려간 작별에 관한 에세이다. 짧은 헤어짐에서부터 영영 이별에 이르기까지 일상에서 겪는 감정들을 담담하게 부려놓았다.
여자에겐 전화를 걸 때마다 “저예요, 엄마 딸” “누구세요” “엄마 딸이에요”를 반복해야 하는 ‘치매 엄마’가 있다. 그리고 작별의 날을 맞이해야 한 아버지도 있다. 책은 병원에 있는 엄마와의 전화로 시작해서 아버지를 산에 모시고 돌아오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부모와 자식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점차 멀어지는 서로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며 이별하는 사이가 아닐까. (…) 그 뒷모습이 당신에게 속삭인다. 이제 따라올 필요 없다고...’
책이 작별에 관한 이야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작별을 잘하기 위한 시선뿐 아니라 곁에 잘 머무르기 위한 그만의 혜안을 풍경, 장소, 벗 등에 녹여서 조근조근 들려주는 것이다.
엄마의 병실에 모인 남매들, 여자는 이런 독백을 한다. ‘가끔 우리는 묻는다. 엄마조차 떠나고 없어도 너와 내가 이렇게 함께 모이게 될까? 우리는 혹시, 바람처럼 각자 막연한 길을 떠돌다가 인생의 사막에서 서로를 잊게 되지는 않을까?’
눈물 나는 신파가 아닌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이야기를, 누구나 느꼈을 법한 감정들로, 누구나가 공감할 수 있게 담아내 가슴을 울리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