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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롤타워·야당·노동운동 안 보이는 ‘3무 구조조정’

입력 2016.05.15 22:22

수정 2016.05.15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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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량해고 조망 등 선제적 대응책 마련 협의체 부재

안 움직이는 야당…실업대책 세울 기초 실태조사도 안 해

역할 못하는 조직노동…비정규직 적극 대응 없이 무기력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부 소속 사내하청업체 노동자인 김모씨(42)는 지난달 중순부터 ‘무급 순환휴직’에 들어갔다. 고유가 때 석유업체들의 해양플랜트 발주가 잇따랐지만 저유가 국면이 찾아오면서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김씨는 지난 3월 하청업체 요구에 따라 울며 겨자 먹기로 ‘해고 예고 통보서’에 서명을 했다. 그는 “이달로 근무기간 1년을 채우는데 회사가 퇴직금을 안 주려고 서류상으로 근로계약이 이미 끝난 것처럼 해두려는 것”이라며 “원청으로부터 일감을 받으면 다시 부른다고 해 무작정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컨트롤타워·야당·노동운동 안 보이는 ‘3무 구조조정’

해양사업부 소속 하청업체 경인산업은 최근 노동자들로부터 “추후 구조조정 및 감원의 필요성을 인식하므로 희망퇴직 권고를 이의 없이 받아들인다”는 퇴직 확약서를 받고 있다. 현대중공업 하청 노동자 규모는 지난달 말 기준 3만2569명으로 2014년 10월 말보다 8661명이 감소했다. 이미 1만명에 육박하는 하청 노동자가 구조조정됐고 향후에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청 노동자 대책 없는 구조조정

하청 노동자에게 대량해고가 집중되는 ‘구조조정의 외주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지만 기업 재무구조·산업정책·고용대책 등을 조망하면서 선제적 대응책을 마련하는 컨트롤타워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회적 대화 기구, 여·야·정 협의체 등을 구성해 조선업 구조조정의 가장 큰 피해자인 하청 노동자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정부 대책은 조선업에 대한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수준에 그치고 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누가 컨트롤을 해야 할지 정답은 없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면서 눈앞의 일만 처리하면 부실기업 구조조정도 제대로 안되고 구조조정의 고통은 사회적 약자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야당이 구조조정 국면에서 존재감이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지난달 20일 실업대책을 전제로 한 구조조정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구조조정 논의가 급물살을 탔지만 야당이 구상하는 구체적 청사진은 나오지 않고 있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당국, 채권단 중심으로 구조조정 논의가 이뤄지면 해고대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야당이 최소한 조선업 하청 노동자, 부품사들, 조선 기자재 업체들에 대한 실태조사라도 이미 시작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조직노동(노동조합 운동 진영)’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박점규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집행위원은 “조선소는 현대중공업을 제외하곤 하청 노동자들이 전혀 조직돼 있지 않아 조직노동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며 “조선업 구조조정 국면은 사회적 외면을 받는 조직노동이 왜 한국 사회에 여전히 필요한지 보여주는 계기가 될 수 있는데 전향적인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고 짚었다.

■“진짜 사장 나와라”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에서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진짜 사장’인 원청 대기업을 상대로 고용 안정에 대한 교섭을 진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는 이달 말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단체교섭 응낙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면서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진짜 사장이라는 증거도 제출할 예정이다.

지회가 15일 공개한 문자메시지를 보면 원청 관리자는 지난해 12월 한 하청업체 사장에게 “오늘 오후부터 우리 직원이 직접 현장에서 워크오더(작업지시)를 한다”며 “(하청업체) 중간 관리자들이 지시에 따를 수 있도록 요청드린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불법파견의 핵심 징표가 원청의 작업 지휘·감독인데 현대중공업이 작업지시를 내리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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