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의 한 건물 화장실에서 살해당한 여성 피해자에 대한 애도 움직임이 소셜미디어와 사고 현장 인근 추모 공간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18일 오전 트위터에는 “이번 참혹한 사건 피해자와 생존 위협을 받고 있는 여성들을 애도합니다. 강남역 10번 출구, 국화꽃 한송이와 쪽지 한 장으로 추모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게시물 작성자의 아이디는 피해자가 숨진 시각인 17일 오전 1시를 의미하는 ‘@0517am1’이었다.
강남역 10번 출구 유리벽면에 붙어있는 추모글들. 사진을 올린 트위터 이용자의 허가를 받아 사용합니다.출처:트위터
출처:트위터
강남역 10번 출구 옆면에 추모객들이 놓고 간 꽃다발들이 놓여 있다. 출처:트위터
■추모 열기 갈수록 뜨거워져
이 제안에 호응한 트위터 이용자들과 시민들은 이날 이른 아침부터 사건 현장 인근인 강남역 10번 출구 유리벽면에 추모글을 적은 포스트잇을 붙여놓기 시작했다. 이들은 추모글에서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 비슷한 일이 되풀이 되어선 안 된다는 바람을 적어놓았다.
강남역 10번 출구 유리벽은 빠르게 추모의 포스트잇으로 덮였고 추모객들이 놓고간 화환도 줄을 이었다. 이곳을 찾은 한 시민은 트위터에 “많은분들이 오셔서 근조를 놓고 포스트잇과 펜이 모자랄 줄알고 사놓을까 했는데 오신 분들이 두고가는… 오히려 많아지고 있어요”라며 “지금 앞에 여러 사람들이 쉽게 못 떠나 앉아 있고 서있고 저도 자리에 있습니다”라고 글을 올렸다.
추모 현장을 찾은 또 다른 시민은 “그냥 길 지나가다 뭐지 하면서 왔다가 쪽지 쓰고 울고 가는 어린 학생들도 있었다”며 “뭐라고 쓸지 하나도 생각 안한 상태에서 일단 포스트잇 집어들고 쓰기 시작했는데 미안하다는 말이 자꾸만 나왔다. 붙여진 다른 쪽지들에도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가 그렇게 많았다. 다들 여기 서성이며 죄책감을 느끼는데. 진짜 죄책감 느껴야할 사람들은?”이라고 트위터에 심경을 남겼다.
출처:트위터
현장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은 트위터 게시물로 추모를 표하고 있다. 추모 행사를 제안한 ‘@0517am1’은 “#강남 #강남살인남 #화장실남 #화장실살인 #강남역10번출구로 SNS에 추모의 말을 남겨주세요”라고 요청했다. 18일 오후 4시 현재 트위터에는 ‘#강남살인남’이 8만건 가까이 태그되며 인기검색어 7위에 올랐다.
■시민들 “여성 혐오 범죄 막아야”…“여성은 화장실 가는 것조차 서바이벌”
한 시민은 추모 현장에 “살女주세요, 넌 살아男았잖아”라고 추모글을 썼다. 이번 사건을 여성을 상대로 한 혐오 범죄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트위터와 추모 현장에는 여성을 상대로 한 남성들의 혐오범죄를 비판하는 글이 여럿 보였다.
이들은 남성의 비뚤어진 열등감이 여성에 대한 계획적인 살인으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트위터 이용자 ‘ta코야ki’는 “이건 분명한 여혐 범죄고 묻지마 살인이 아님. 1시간동안 서성거리다가 일으킨 계획적 살인이고 우발적 범죄도 아니다”고 말했다. 여성 혐오 범죄에 불안감을 표하는 시민도 많다. 트위터 이용자 ‘알린(≥∀≤)/’은 “여자들은 화장실 가는 것조차 서바이벌이 되어버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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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폭력, 학대, 희롱 등 여성 상대 범죄가 만연한 한국 사회를 비판하는 포스터도 보였다. 이 포스터에는 “한국 남성들은 여성들을 무작위적으로 살해한다”는 문구가 있다. 남성들이 저지르는 여성 혐오 범죄를 ‘룻렛 게임’으로 표현하고 어떤 여성이든 이 범죄의 희생자가 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출처:트위터(☆댕☆ @DangDang000)
시민들은 애도와 함께 범행 동기가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가해자의 발언을 요지로 추측성 보도를 쏟아내는 언론도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경우 피해자가 신학원을 다니다가 중퇴했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기사에서 가해자의 꿈이 ‘목사’였다는 추측성 제목을 달았다. 이에 대해 트위터 이용자 ‘담시노예 물개’는 “살인범이 무슨 꿈을 꾸던 무슨 장래 희망이 있던 알게 뭐야. 한 사람의 미래를 짓밟았는데”라며 사건의 본질과 관계없는 부분을 부각시킨 기사에 불만을 표했다.
가해자가 경찰 진술에서 범행 동기를 “여자들이 무시해서”라고 밝힌 대목을 다수 언론들이 제목으로 택한 것에도 누리꾼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였다. 트위터 이용자 ‘12월’은 “여자의 무시말고 ‘남자의 열등감과 패배의식 때문에’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17일 오전 1시 20분쯤 피해자인 직장인 ㄱ씨(23)는 강남역 인근 1층 주점에서 지인들과 술을 마시다 2층 노래방으로 올라가는 계단 중간의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가해자 김모씨가 휘두른 흉기에 살해당했다. 김씨는 인근 식당의 종업원으로 화장실을 범행 장소로 선택한 뒤 미리 숨어있다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사건이 일어난 곳은 강남대로 인근의 ‘수 노래방’이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노래방 화장실에서 살인사건이 있었대서 대충 지하로 내려가는 컴컴한 곳들을 생각했는데 ‘강남 수 노래방’이라고 해서 매우 경악중이다”며 “모르는 분이 많은 듯하여 사진 첨부하자면. 그야말로 백주대낮 살인의 느낌”이라고 불안감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