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정부가 빚더미 공기업 배당 챙기는 이유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본문 요약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정부가 빚더미 공기업 배당 챙기는 이유

입력 2016.05.18 20:39

수정 2016.05.18 20:46

펼치기/접기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해 말 기준 134조1885억원의 부채를 안고 있다. 2013년 이후 3년째 부채가 줄어드는 추세지만 금융 공기업을 제외하면 여전히 부채 1위 공기업이다. 지난해 금융부채를 갚는 데 쓴 금융비용만 8778억원에 이른다.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음에도 부동산 경기 호황에 힘입어 LH는 지난해 980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순이익 중 1263억원은 정부에 배당했다.

[경향의 눈]정부가 빚더미 공기업 배당 챙기는 이유

정부가 공기업을 상대로 마른 수건 쥐어짜듯 배당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올해 23개 공기업으로부터 거둬들인 배당금은 1조2190억원으로 사상 최대였다. 지난해보다 39% 급증했으니 ‘배당 잔치’라고 할 만하다. 한국전력공사가 3622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인천국제공항공사 2706억원, 중소기업은행 1491억원 등 LH를 포함해 4개 공기업으로터 각각 1000억원 넘는 배당금을 챙겼다.

한전은 지난해 서울 삼성동 사옥 매각대금 10조5500억원 대부분을 “부채 감축에 쓰겠다”고 했다. 한전 부채는 107조3149억원으로 LH에 이어 2위 규모이다. 하지만 배당을 확대하라는 정부 요청을 거스를 수 없었다. 이익은 빚 갚기보다 주주 배당이 우선이었다. 10조원이 넘는 사옥 매각대금 수입이 있었음에도 지난해 한전이 줄인 부채 규모는 1조5684억원뿐이었다.

세수 부족과 재정건전성 악화에 시달리는 정부가 공기업 배당이라도 확대해 세외수입을 늘리겠다는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도가 지나치다. 부채가 산적한 공기업은 물론 실적이 저조해도 정부의 배당 그물망을 벗어날 수 없다.

부실채권이 늘어나 건전성이 떨어진 수출입은행에 대해 정부는 지난해 말 1조원 현물출자를 지원했다. 그럼에도 지난해 411억원 순이익을 냈다는 이유로 배당 40억원을 챙겼다. 전 국민을 상대로 수신료 인상을 추진해 논란을 샀던 한국방송공사(KBS)에서도 정부는 지난해 10억원, 올해 14억원 배당을 받아갔다. 인천공항공사는 부채가 1년 새 6000억원 넘게 증가했지만 배당은 700억원 넘게 늘었다. 주택도시보증공사 순이익은 400억원 가까이 줄었으나 배당은 200억원 넘게 증가했다. 재벌 총수 일가가 비상장 계열사를 통해 순이익의 상당 부분을 고배당으로 챙겨가는 전횡과 다르지 않다.

과도하게 부채가 많은 공기업이라면 발생한 이익을 배당에 앞서 부채감축에 쓰는 게 마땅하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도 이익금 용도의 배당금 순위를 이익준비금과 법정적립금에 이어 세번째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배당금 규모는 해당 공기업의 재무구조 특성과 장기 사업계획에 따라 자율적으로 정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배당률을 정하면 공기업은 그저 따를 수밖에 없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기획재정부에서 올해 배당액을 얼마로 하라는 지침이 내려온 것으로 안다. 배당은 이사회가 최종 결정하지만 형식적이다. 공기업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을 갖고 있는 정부 지침을 어길 수는 없다”고 토로했다.

서울시 산하 공기업인 SH공사 사례는 다르다. SH공사는 택지개발 및 분양·임대 아파트 건축 등 LH와 비슷한 업무를 한다. 지난해 117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는데, 자본금을 전액 출자한 서울시에 대한 배당은 전혀 없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익이 나면 배당에 앞서 법정 적립금이나 공공주택 사업비로 적립한다. SH공사는 부채가 많기 때문에 이익의 상당 부분을 감채 적립금으로 썼다”고 설명했다. SH공사의 부채비율은 254.5%로 LH(375.9%)보다 훨씬 낮지만 배당은 없었다. 중앙공기업인 LH의 공공 임대주택 사업이 지방공기업인 SH보다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들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공기업은 이윤만 추구하는 영리기업이 아니다. 부채는 방만한 경영 탓도 있지만 임대주택 건설, 공공시설 확충 등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늘어난 측면이 있다. 이익만 신경 쓰면 공적 기능은 약화하게 된다. 이익은 주주에 대한 배당보다 부채 감축에 써 공기업 자산 건전성과 자생력을 강화하는 게 마땅하다. 실적이 악화해 건전성이 떨어지면 공기업에 시민 혈세를 투입해야 한다.

공기업에 배당만 요구하는 정부는 비겁하다. 증세 논의를 피하기 위해 만만한 상대인 공기업을 착취하는 꼼수로 보인다. 정부는 올해 30.3%인 공기업 평균 배당성향을 2020년 40%까지 끌어올린다고 한다. 이미 빚더미에 오른 채무자에게 원금은 갚지 못하게 방해하면서 높은 이자만 뜯어가는 악질 고리대금업자와 비슷하다. 세수가 부족하다면 근본적으로 늘릴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증세를 공론화해 사회적 합의를 구하는 게 정정당당한 방법이다.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뉴스레터 구독
닫기

전체 동의는 선택 항목에 대한 동의를 포함하고 있으며, 선택 항목에 대해 동의를 거부해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

보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보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뉴스레터 구독
닫기

닫기
닫기

뉴스레터 구독이 완료되었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닫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닫기
광고성 정보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닫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