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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측 빼고 모두 불러…‘님을 위한 행진곡’ 사실상 제창

18일 오전 10시부터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6주기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3년째 불참하고 있는 대통령을 대신한 황교안 국무총리의 기념사가 끝나고 합창단의 기념공연 순서가 되자 한 참석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큰소리로 외쳤다. “여러분 모두 일어나 ‘님을 위한 행진곡’을 힘차게 제창합시다.”

입장 제지당한 박승춘, 유족 항의에 ‘웃음’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왼쪽)이 18일 오전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36주기 기념식에 참석하려다 5·18민주유공자유족회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자 미소를 보이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입장 제지당한 박승춘, 유족 항의에 ‘웃음’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왼쪽)이 18일 오전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36주기 기념식에 참석하려다 5·18민주유공자유족회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자 미소를 보이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합창단의 ‘님을 위한 행진곡’은 곧 기념식에 참석한 5·18 유가족과 시민들의 목소리에 묻혔다. 참석자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님을 위한 행진곡’을 목놓아 불렀다.

5·18 당시 참상을 취재해 보도했던 독일 언론인 고 위르겐 힌츠페터의 유가족과 외신 기자들도 기념식에 참석해 노래를 부를 때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시 시카고트리뷴 기자였던 도널드 컥(79)은 “한국 정부가 못 부르게 하는 것에 개의치 않고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이 부르는 모습을 보니 좋다”고 말했다.

5·18 당시 남편을 잃은 박유덕 할머니(72)는 “무슨 놈의 정부가 유가족들이 부르겠다는데 노래 한 곡도 못 부르게 하느냐. 노래를 불렀지만 섭섭한 마음은 달래지지 않는다”고 했다.

국가보훈처가 짜놓은 기념식 식순에는 ‘님을 위한 행진곡’이 ‘기념공연’이었지만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불러 사실상 ‘제창’이 됐다. 정의화 국회의장,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 등은 모두 선 채로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 국민의당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는 태극기를 흔들며 불렀다.

노래를 함께 부르지 않은 사람은 황 총리와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 등 정부 측 인사들뿐이었다. 이들은 태극기를 손에 쥔 채 물끄러미 앞만 바라봤다.

황 총리는 기념사에서 “5·18민주화운동은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에 큰 진전을 이루는 분수령이 되었다”면서 “각계각층이 갈등과 대립이 아니라 소통과 공유, 화해와 협력을 통해 희망찬 미래를 열어가야 한다”며 ‘화합’을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는 말과 행동이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념사에서 황 총리는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민생안정 등 정부가 추진 중인 정책들을 나열하기도 했다.

정부의 홀대에도 5·18민주묘지에는 이른 아침부터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광주시의원들은 ‘국론 분열 일으키는 보훈처장 물러나라’고 쓰인 손팻말 등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였다.

박승춘 보훈처장은 분노한 유가족들에 의해 결국 기념식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그는 항의하는 유족들을 향해 미소를 보이기도 했다. 제창 불허 이유에 대해서는 “기념식은 당사자분(유가족)들 기념식이 아니고 정부 기념식이며 국민 의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5·18기념재단과 5월 관련 단체는 기념식 직후 성명을 내고 “정부는 5·18을 기념하고 유가족과 희생자들을 위로하는 대신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 불허로 우리를 욕보이고 있다”면서 “5·18 왜곡에 대한 즉각적인 대책을 세우고 보훈처장을 경질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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