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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앞이 안 보인다

국론 두 쪽 낸 대통령…‘식물’ 된 집권여당

5·18 민주화운동 36주기인 18일 기념식 주관책임을 맡은 박승춘 보훈처장(69)은 소복을 입은 유가족들의 거센 항의로 기념식장 좌석에 앉지 못했다. 떼밀리듯 쫓겨나면서 박 처장은 내내 쓴웃음을 지었다.

‘님을 위한 행진곡’을 둘러싼 국론 분열을 막을 방안을 지시하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은 3년째 기념식에 불참했다. 대선 때 약속한 ‘100% 대한민국’은 말에 그쳤다. 야당은 “국민통합에 저해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대신 참석한 황교안 국무총리는 “국민 대통합”을 이야기하며 5분의 기념사 동안 정부 정책들만 나열했다.

‘정부’만 안 불렀다 18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36주기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님을 위한 행진곡’ 합창 순서가 되자 자리에서 일어나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철수·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왼쪽에서 두번째부터)는 노래를 부르고 있고, 황교안 국무총리(왼쪽),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오른쪽에서 두번째),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오른쪽)은 입을 다문 채 서 있다. 광주 | 이준헌 기자

‘정부’만 안 불렀다 18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36주기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님을 위한 행진곡’ 합창 순서가 되자 자리에서 일어나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철수·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왼쪽에서 두번째부터)는 노래를 부르고 있고, 황교안 국무총리(왼쪽),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오른쪽에서 두번째),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오른쪽)은 입을 다문 채 서 있다. 광주 | 이준헌 기자

기념식 공식 순서에 따른 ‘님을 위한 행진곡’ 합창 제안에 유족·시민·야당은 일제히 ‘제창’하듯 함께 불렀다. 집권여당을 대표한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도 따라불렀다. 황 총리, 청와대 현기환 정무수석 등 정부·청와대 인사들은 모두 입을 굳게 다물었다. 노래가 시작되자 보수단체들은 퇴장했다. 식장은 정부·보수단체와 나머지 참석자들이 경계를 그은 듯 나뉘었다. 그나마 기념식은 기념공연도 없이 20분이 채 안돼 끝났다. 곳곳에선 “이게 뭐하는 짓이냐”는 분노들이 터져 나왔다.

국민이 피 흘린 민주화운동 36주기 기념일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정부와 시민·정치권은 대립하고 갈등했다. 이를 완충·조정해야 할 여당은 친박계의 막가파식 권력투쟁 속에 ‘뇌사 상태’에 빠졌다. 전날 전국위원회 보이콧이란 사상 초유의 일을 벌인 친박계는 이날 오히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고 비박계를 몰아세웠다. 4·13 총선 후 대두된 ‘협치’ 가능성은 정부의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 불허로 이미 요원해졌다. 틈날 때마다 경제·안보 위기를 경고하던 정부·여당 모습과는 전혀 다른 현실이다.

민심은 총선을 통해 박근혜 정부의 국정 실패와 오만한 일방독주, 여당의 막장 공천을 심판했다. 하지만 5·18 36주기 풍경에서 국가를 맡은 ‘집권의 책임’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심판을 받은 집권세력은 여전히 민심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인 셈이다. 그사이 대한민국의 앞날은 점점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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