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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왜 여성혐오범죄인가

입력 2016.05.19 15:45

수정 2016.05.19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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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붐비는 강남의 밝은 분위기의 건물의 공용화장실에서 ‘아무 여자나’ 죽이려고 1시간 동안 기다렸던 30대 남성에 의해 23살의 여대생이 무참하게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일각에서는 이 사건을 단순히 조현병 환자의 ‘묻지마 살인’으로 봐야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여성혐오 범죄’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혐오범죄와 무차별범죄는 그 성격이 같지 않다. 이에 대한 소셜미디어 상의 전문가와 시민들의 의견을 취합해봤다.

■법학자 홍성수 (페이스북 갈무리)

여성혐오범죄 여부에 대해서 논란이 있는 듯 한데, 혐오표현/범죄 연구에 3년 째 매달리고 있는 입장에서, 간단한 판단기준과 이 문제를 심각하게 보는 이유를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범죄의 대상이

‘특정인’ vs. ‘여성 중 아무나’

‘아무나’ vs. ‘여성 중 아무나’

후자의 문제인 이상 여성혐오범죄로 보는 것에 무리가 없다고 봅니다. 한국법에서는 별도 구성요건이 있어서 법정형이 다른건 아닌데, 양형에서 이 부분이 어떻게 고려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런 범죄의 해악을 중하게 보는 이유는, 대개 어떤 (정당하진 않지만) 분노에 기반해 있기 때문에 범죄양태가 잔혹한 경우가 많고, 어떤 집단(여성) 일반을 대상으로 삼기에 그 집단이 속한 모든 구성원들이 공포에 시달려야 한다는 점에 있고요. 불특정인을 대상으로 하는 ‘묻지마 폭력’이면 잠재적 대상 범위가 한국인 전체가 되니까 ‘내 문제’로 여겨질 가능성이 낮아집니다. 그런데 여성, 외국인, 성소수자, 무슬림 .. 이런 식의 특정 집단을 향한 범죄가 빈발하면, 그 집단 구성원들에게 당장 ‘내 문제’가 되는 겁니다.

* 그래도 잘 이해가 안가시면, 어떤 나라에 이민을 갔는데 오로지 ‘한국 출신’이라는 이유로 폭력을 가하는 범죄가 빈발하는 상황을 가정하시면 됩니다. 그래도 그 나라에서 살만할 것 같다고 생각하신다면, ‘오버’하지 말라고 말할 자신이 있다면, 이 문제도 심각하게 안보시겠죠.

[정리뉴스]이것은 왜 여성혐오범죄인가

■시민 오소윤 (경향 페이스북 베스트 댓글 갈무리)

그 화장실에 들어간 것이 남성이었다면 죽지 않았을 것이고, 사회에 대한 화풀이가 여성이라는 상대적으로 약한 존재에게 향하였고 그 결과 불특정의 한 ‘여성’이 23살이라는 나이에 살해당했습니다. 그리고 살해자는 ‘여성이 나를 무시해서’ 여성을 죽였다고 진술했죠. 어느 부분이 젠더특정적일 수 없는거죠? 아주 특별하게 미친 가해자와 아주 불행했던 피해자의 프레임을 씌우면 편해지겠죠, 불행한 우연들이 겹친 사건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가면 쉽겠죠. 하지만 아니라는 걸 우리 모두 알아야할 때입니다. 저 사람이 그냥 갑자기 어디서 튀어나온 미친놈이라고 믿고싶겠죠. 하지만 아니에요. 인터넷에 팽배한 여성비하 글들, 김치녀들에 대한 조롱, 입에 담을 수 없는 성적 비유와 비하들 저 사람에게 무의식적인 여성비하적 생각들을 심어주고 그를 강화시킨 거라는 생각은 안드시나요. 한국의 강력범죄 피해자의 여성비율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했을때 기형적으로 높습니다. 성별 대결이 아니에요. 한국에서 여성들이 강남역이라는 대도시의 번화가에서 화장실을 갈 때 살해당할 수 있다는 공포를 안지 않고 살게해달라는 외침이 그렇게 이해가 가지 않으신가요?

■시민 이휘영 (경향 페이스북 베스트 댓글 갈무리)

호주에서 아시안이라는 이유로 묻지마 폭행을 당했을 때 인종혐오범죄라고 하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면 이 사건은 여성혐오로 인해 발생한게 맞죠. 내가 아시안이기 때문에 호주에서 거리를 걷는 게 불안한 것처럼 이 사건으로 여성이기 때문에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공포는 당연한거 아닙니까?

■시민 Heni In (경향 페이스북 댓글 갈무리)

이 사건을 요즘 만연한 여성혐오 현상과 완전히 분리해서 생각하긴 어렵습니다. 당장 네이버에만 봐도 그시간에 술을 먹었으니 죽는게 당연하다느니, 김치x 하나가 더 제거되서 시원하다느니 하는 댓글들이 버젓하게 올라오고 있다구요. 어린 학생들이 보고 어떻게 생각할까요... 멀쩡한 남성분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몰아가는게 아니에요. 남혐 여혐 요새 다 지긋지긋할 정도로 심한데 여성은 불쾌감을 느끼는 정도가 아니라 실제로 생명의 위협을 느낄수도 있구요.

■국회의원 표창원 (트위터 @DrPyo 갈무리)

피의자의 정신질환 경력 등 ‘여성혐오 범죄’로 단정짓기 어려운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낯모르는, 관계없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계획적인 범행임은 분명하며 그 저변에는 일베와 소라넷 등으로 대변되는...

■시인 하상욱 (트위터 갈무리)

[정리뉴스]이것은 왜 여성혐오범죄인가

“여자에게 무시 당했다”라는 말이 “여자에게까지 무시 당했다”로 보였다. 무시 당했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자기가 무시하고 있었기 때문에 여자에 대해서는 참기 싫었겠지. 혐오했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차별하고 있던 거겠지.

■트위터 사용자 연연 @sadlyamoral (트위터 갈무리)

“평소에 여자들이 무시해서..” 라는 이유로 일면식 없는 여성을 아무나 죽이려고 화장실 앞에 잠복해 있었다는 사건은 여러 시사점이 있는데

(1) 한국 여성은 누가 되었든 혐오에 노출되어 있다.

(2) 혐오는 단순히 감정이 아니라 실질적 위해이다.

여성이 무시했다는 말은 실은 성폭행이나 강도 등 자신의 다른 범의를 가리기 위해 둘러댄 변명일 가능성이 높은데, 변명이 유통될 수 있는 1%의 가능성 자체가 여성 혐오적이다. ‘여자들은 (못난) 남자를 무시하니까 응징당한다’ 같은 전제.

애초에 가해자가 왜 이런 변명을 생각하고 둘러대고 그게 보도될 수 있는가... 지금 넘치는 여성 혐오 담론이 이런 핑계의 여지를 만들어준 것. 여자는 범죄와 욕망의 대상이 되지만, 남자를 존중해야만 하는 존재라는 위치에 놓이게 된다.

■트위터 사용자 @ryoondori

사건 자체를 걱정하는 것 대신에 “모든 남자가 그런 건 아냐”라는 말을 한다는 건, 너의 성별을 모욕했다는 걸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보다 우위에 둔다는 소리니까.

[정리뉴스]이것은 왜 여성혐오범죄인가

■평론가 김봉석 (트위터 @lotusid 갈무리)

강남역살인을 정신병자의 묻지마 살인이라고 부르려면,강남역대로에 나가 지나가는 행인을 무작위로 난자했어야 한다.하지만 그는 화장실에 숨어 있다가 여성을 잔인하게 난자했다.여성이 무시해서, 라는 진술을 했다. 정신병력이 있는 남자의, 여성혐오에 의한 살인이다.

나는 좌우진영놀이에 관심없고,페미니스트보다 마초에 가까운 인간이다.범죄만 아니면,인간은 뭘 해도 된다.다만 엑스맨아포칼립스에 나오듯,능력이 있는자는 없는자를 보호해야 한다, 이다. 인간의 최소한의 윤리다. 보수인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그랜토리노에서 보여주듯.

[정리뉴스]이것은 왜 여성혐오범죄인가

■정치인 은수미 (트위터 @hopesumi 갈무리)

이번 강남여혐살인은 이미 예견된것? 작년 빅데이터 분석결과 여성관련 연관어 1위 폭력.범죄.살인/ 2위 여혐.비하/ 3위 사건.뉴스.화제/5위 성폭력 성범죄. 원인분석및 적극적대처 필요.

■만화가 박종원 (페이스북 게시물)

[정리뉴스]이것은 왜 여성혐오범죄인가

■판사 문유석 (페이스북 갈무리)

인간은 본질적으로 100% 동물이다. 그것도 흉폭한. 사회란 약육강식의 정글이고. 평화로운 자연 상태 같은 것은 존재한 적도 없다. 인간은 문명이라는 구속복을 입기 시작하면서 가까스로 아슬아슬한 인위적 평화를 유지하고 있다. 디즈니의 ‘주토피아’는 굉장히 현실적인 은유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약자에 대한 공격, 혐오 본능의 발현에 대해서는 다소 과도할 정도의 분노, 경고, 사회적 압력이 필요하다. 약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함께 분노하는 연대의식은 약육강식의 본능을 억제하는 최소한의 구속복인 것이다. 그것보다 약자의 분노의 과도함, 비합리성에 대해 투덜거리는 것을 우선하는 이들은 인간들의 야수적 본능(그리고 문명의 허약함)에 대해 과소평가하고 있거나, 무지하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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