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시대, 동양과 서양이 편지를 쓰다
자오팅양·레지 드브레 지음·송인재 옮김
메디치 | 272쪽 | 1만4500원
자칭 ‘혁명의 구경꾼’인 중국의 철학자와 ‘체 게바라와 어깨 겯고 싸운’ 프랑스 혁명가가 있다. 그 두 사람이 만나 논쟁을 벌인다면? <상실의 시대, 동양과 서양이 편지를 쓰다>는 여기서 시작된다.
2011년 프랑스·중국 원탁회의에서 처음 만난 자오팅양과 드브레는 ‘혁명의 복잡성’에 대한 토론을 벌였다. 역사, 진보, 이성, 인성 등으로 범주가 넓어진 둘의 얘기는 끝날 줄 몰랐고 시간 제한이 없던 토론은 장장 일주일 동안이나 이어졌다. 결국 회의 마지막 날 드브레가 책을 쓰자고 제안했고, 그렇게 두 사람이 못 다한 토론은 파리에서, 베이징에서 e메일로 다시 시작됐다.
자오팅양은 현실주의자다. 이상의 미명 아래 현실을 억지로 바꾸려는 중국의 혁명 실천에 반대한다. 그는 ‘그래서 결국 살기 좋아졌나’에 주목한다. 그는 “혁명이라는 행위는 구세계를 붕괴시킬 수 있지만, 마오쩌둥의 말처럼 세계를 ‘가장 새롭고 아름다운 그림’으로 그리기는 어렵습니다. 혁명적 파괴가 반드시 혁명적 건설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라고 혁명의 한계를 지적한다.
반면 드브레는 ‘그럼에도’에 방점을 찍는다.
“‘이상은 도덕적 상상일 수밖에 없다’고 왜 걱정하나요? 왜 ‘비이성적 집단행위’에 유감을 느끼십니까? 이것이 바로 지성주의입니다!(…) 혁명은 현대사회 공간에서 희열에 도취하는 최후의 원천 중 하나이자 꿈을 이끌어내는 최후의 보루입니다.” 하지만 그도 “인터넷과 컨테이너가 마르크스, 레닌, 마오쩌둥보다 훨씬 실질적으로 세계의 모습을 바꿨다”며 거대담론의 피로감과 이상 추구의 한계에 대해 공감을 표했다.
두 사람의 편지를 읽다 보면 서로 다른 지점에 서 있는 듯 보이지만, ‘새로운 혁명’에 대한 잠재적 지향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는 뜻을 같이 한다. 옮긴이의 말처럼 지금은 ‘혁명이 지나가고 민주주의가 흔들리는 시기’이다. 책은 어쩌면 두 지성이 편지를 가장해 세상에 던지는 전략적 비판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