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에 3개월간 138억원 못내
유동성 위기에 빠진 한진해운의 선박이 외국에서 억류됐다. 용선료를 받지 못한 선주가 실력 행사에 나선 것이다. 한진해운이 운영 중인 선박이 용선료 연체 때문에 외국에 발이 묶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5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의 벌크선 한진패라딥호가 지난 24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억류됐다. 선박 억류는 선주가 상대방에게 해당 내용을 통보한 뒤 법원에 중재 요청을 하면 이뤄지는 것으로 가압류와 비슷한 방식이다. 배를 빌려준 선주가 미납된 이용료를 내지 않으면 선박을 회수할 수 있다고 경고를 보내는 일종의 실력 행사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선박과 지분 매각으로 확보할 현금이 아직 들어오지 않으면서 생긴 일”이라며 “선주와 협의해 빠른 시일 내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해운은 1만TEU(6m짜리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7척을 빌린 캐나다 선사 시스팬에 3개월간 용선료를 미납한 상태로, 연체료는 1160만달러(약 138억원) 규모로 알려져 있다. 회사 측은 정확한 연체 금액을 밝히지 않고 있으나 현재 추진 중인 자구안이 시행되면 연체 용선료를 충당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향후 용선료 협상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율협약 개시 이후 최근 출범한 해운동맹 ‘디 얼라이언스’ 가입을 성공시키고, 사채권자 집회에서 채무재조정까지 이뤄낸 한진해운이 용선료 협상을 앞두고 이 같은 문제에 봉착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진해운은 에이치라인해운 지분 매각대금 등으로 이달 말 400억~500억원을 마련할 계획이긴 하지만 밀린 용선료를 갚기에는 부족하다. 또 자구안에 따라 확보 예정인 유동성을 모두 합쳐도 4112억원 수준인데 연간 1조원 이상의 용선료를 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연체에 따른 추가 억류가 발생할 수 있다.
한진해운은 이달 초 자율협약에 들어간 탓에 금융자금을 끌어다 쓸 수도 없는 상황이라 결국 자산 매각 등으로 현금을 확보해야 한다. 한진그룹은 자율협약 이후 한진해운 지원에 선을 그은 상태여서 한진그룹의 지원도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남아공에 억류된 선박의 경우 벌크선이기 때문에 화주, 선주가 각각 한 곳이라 계약 당사자 간 협상을 하면 되지만 컨테이너선으로 억류가 확대되면 일은 복잡해진다. 여러 화주들의 짐을 싣는 컨테이너선은 세계 해운동맹에 속해 운항된다. 이에 따라 억류 문제가 발생하면 다수의 소송에 휘말릴 수도 있고 어렵게 들어간 동맹에서 퇴출될 가능성도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