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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조선 법정관리…3년간 ‘폭탄’ 돌리며 4조5000억 ‘헛돈’ 써

입력 2016.05.25 21:41

수정 2016.05.25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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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이달 말 부도 불가피”…국책은행들 추가 손실 2조 넘을 듯

정부·채권단, 경기 회복 막연한 기대로 구조조정 ‘골든타임’ 놓쳐

STX조선해양이 결국 법정관리 수순에 들어가면서 금융당국 및 국책은행 책임론이 높아지고 있다. 조선업 경기 회복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으로 자율협약을 추진하며 3년간 수조원의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결국 기업도 살리지 못하고 시간과 돈만 날려버리게 됐기 때문이다. 법적 근거도 없이 채권단이 주도하고 금융당국이 막후 조종하는 현행 자율협약 방식의 구조조정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STX조선해양 채권단이 법정관리의 불가피성을 밝힌 25일 조선 기자재 부품을 실은 트레일러가 경남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 조선소로 들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STX조선해양 채권단이 법정관리의 불가피성을 밝힌 25일 조선 기자재 부품을 실은 트레일러가 경남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 조선소로 들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STX조선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25일 수출입은행, 농협은행 등과 채권단 실무자회의를 연 뒤 “추가 자금을 지원하면서 자율협약을 지속할 경제적 명분과 실익이 없으며, 회사도 회생절차 신청(법정관리)이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재실사 결과 STX조선은 유동성 부족이 심화돼 이달 말에는 부도가 날 것으로 나타났다. 채권단은 이달 말까지 법정관리 전환 시기를 확정할 계획이다.

채권단은 2013년 4월 자율협약 개시 후 3년2개월 동안 STX조선에 4조5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그러나 STX조선은 2013년 1조503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도 1827억원의 손실을 내는 등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 이후로는 단 한 척의 배도 신규로 수주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도 채권단은 지난해 말 4500억원을 추가 지원하고 STX조선을 ‘특화 중소형 조선사’로 전환하겠다는 구조조정 방안을 내놨다. 당시 채권단은 STX조선의 계속기업 가치가 청산 가치를 상회한다고 밝혔지만, 불과 6개월 만에 생사가 바뀌었다.

뒤늦은 법정관리 결정으로 가뜩이나 해운·조선업 전반에 대한 구조조정 ‘실탄’이 부족한 국책은행들은 대규모 손실을 떠안게 됐다. STX조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은행이 안게 될 추가 손실만 2조원이 넘는다.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이 큰 산은·수은·농협 등 국책·특수은행의 손실 부담액이 크다.

혈세만 낭비한 채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을 놓친 국책은행과 금융당국은 책임 추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교역량이 급감하면서 조선·해운업 불황이 시작됐음에도 경기가 회복되면 업황도 나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경영 정상화 가능성에 대한 냉정한 판단에 실패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산은은 이날 “2013년 당시 STX조선은 수주 잔량 기준 세계 5위, 주채무계열 14위였다”며 “지원 중단 시 협력업체의 연쇄 도산과 고용 불안 등 지역경제에 막대한 파장과 금융시장 불안이 예상돼 자율협약 추진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계 5위 수주 잔량 자체가 무리한 사업 확장에 따른 ‘거품’이었음에도 정부나 채권단 모두 “내 손에는 피를 묻히지 않겠다”는 책임 회피로 ‘폭탄 돌리기’를 해오다 한계에 부딪힌 것으로 볼 수 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3년의 시간을 벌기 위해 4조5000억원의 호화판 잔치를 벌인 셈”이라며 “3년 전에 법정관리에 돌입했다면 청산이든 회생이든 확실한 결론이 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산업은행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이 조선사 중 부실 규모가 가장 큰 대우조선해양 사태의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며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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