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와 숙식을 해결할 수 있도록 지은 오피스텔은 콩글리시(Konglish)다. 미국에서는 스튜디오(studio) 아파트라고 해야 알아듣는다. 1983년 서울 마포재개발지구에 등장한 17층짜리 성지빌딩오피스텔이 효시이다. 4개 층이 오피스텔이었는데 당시 입주자는 오퍼상(무역대리업자)이 가장 많고, 지방 본사의 서울연락소, 회계사무소, 설계사무소 등 1인 사업자가 대부분이었다.
공직자 재산공개 때 부자 공직자의 재산목록에 빠지지 않는 것 중 하나가 오피스텔이다. 연 5% 안팎의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하니,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요즘 훌륭한 투자 대상이다. 쉽게 분양받을 수 있고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오피스텔은 노후 대비 투자수단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세금을 절약할 수 있고, 연간 임대소득이 2000만원 이하라면 소득세를 내지 않는다. 불법이지만 주민등록을 전입하지 않는 조건으로 계약하면 아예 임대소득을 숨길 수도 있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로비 의혹에 연루돼 어제 검찰 조사를 받은 홍만표 변호사는 오피스텔 갑부이다. 자신과 부인, 처남 명의로 67채를 보유했고, 실제 소유한 것으로 의심받는 관리업체 보유분까지 더하면 120채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피스텔을 전부 임대했다면 연간 임대소득만 5억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무작정 ‘홍 변호사 따라하기’로 오피스텔 투자에 나섰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많은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제 오피스텔 공급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조만간 수익률이 곤두박질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아파트처럼 재건축하기 쉽지 않다는 단점도 있다.
오피스텔은 대부분 도심에 위치해 있다. 업무와 주거 등 복합적으로 사용되고, 임차인이 자주 바뀌기 때문에 누가 드나드는지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이같이 접근성이 뛰어나고 익명성이 보장되는 특성 때문에 오피스텔은 종종 범죄에 이용된다. 불법 도박과 성매매, 의료행위, 고액 비밀과외 등 다양한 유형의 범죄가 여기에서 발생한다. 경찰이나 빚쟁이를 피해 숨어드는 사람도 많아 ‘도피스텔’로도 불린다. 익명의 도시에 어울리는 건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