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이 심한 아이를 가리켜 ‘개구쟁이’라고 한다. ‘개구쟁이’가 하는 행동을 두고 ‘개구지다’란 표현을 쓴다. ‘개구지다’는 참 널리 쓰이는 말이다. 하지만 ‘개구지다’는 국어사전에 올라 있지 않다. 왜 이 재미난 낱말이 사전에 없는 걸까?
‘개구지다’는 ‘짓궂다’의 사투리 취급을 받는다. ‘개구지다’와 비슷한 뜻으로 쓰이는 ‘개궂다’도 ‘짓궂다’의 방언이다. 우리말에서 ‘지다’는 명사 뒤에 붙어 ‘그런 성질이 있음. 또는 그런 모양임’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다. 따라서 ‘개구지다’가 단어로 인정을 받으려면 명사 ‘개구’가 있어야 한다. 한데 ‘개구지다’의 어근 ‘개구’가 문장에서 단독으로 쓰이는 사례가 없다. 해서 방언이다.
그렇다면 ‘개구쟁이’는 어디에서 왔을까? ‘쟁이’는 명사 뒤에 붙어 ‘그것이 나타내는 속성을 가진 사람’의 의미를 더하는 말이다. ‘개구쟁이’는 ‘개구+쟁이’ 구조를 지닌 단어다. 그런데 ‘개구쟁이’는 표준어다.
기준이 아리송하다. ‘개구지다’와 ‘짓궂다’는 서로의 쓰임새가 조금 다르다. 또한 ‘개구지다’를 인정하지 않고는 ‘개구쟁이’의 어원을 설명할 길이 없다. 해서 ‘개구지다’를 방언으로 묶어두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서일까. 고려대 한국어대사전에는 ‘개구지다’가 ‘짓궂다’의 유의어란 설명과 함께 표제어로 올라 있다. 누리꾼들이 즐겨 쓰는 현실 언어를 적극 반영한 결과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