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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OECD 탈퇴를 고민하라

[경향의 눈]차라리 OECD 탈퇴를 고민하라

한국 증시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이 또 무산됐다. MSCI 지수는 민간 금융회사가 정한 기준일 뿐이지만 신흥국지수로 분류된 한국은 수년째 선진국으로 올려달라고 애걸하다시피 한다. 올해 초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MSCI 회장에게 지수 편입을 요청하기도 했다. 많은 국제기구가 선진국으로 평가하고 있음에도 한국의 ‘선진국병’은 집요하다. 외국의 투자자금이 더 많이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치적으로 내세우고 싶어하는 정부의 속물 근성이 큰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을 선진국으로 평가하는 경제지표는 많다. 경제 선진국 모임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지 20년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경제 선진국으로 분류한 39개국 안에 들었고, 세계은행의 고소득 국가에도 포함돼 있다. 미국 중앙정보부(CIA)와 뉴스위크 등도 한국을 경제 선진국으로 분류한다. 유엔개발계획(UNDP)이 각국의 국민소득과 교육수준 등 인간의 삶 관련 지표를 조사해 발표하는 인간개발지수(HDI)를 보면 한국은 0.898로 ‘높음’ 단계이다. ‘매우 높음’인 0.9 이상 선진국은 14개뿐인데, 한국은 0.002가 모자랄 뿐이니 사실상 선진국이다. 무역규모 세계 9위, 국내총생산(GDP) 11위 등 경제 총량만 놓고 보면 한국은 선진국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정부는 항상 더 높은 순위로 선진국임을 재삼 확인받으려 애쓴다. 과거 이명박 정부는 ‘7·4·7(7% 성장률·4만달러 국민소득·7대 경제강국)’, 박근혜 정부는 ‘4·7·4(4% 성장률·70% 고용률·4만달러 국민소득)’를 내걸었다. 지표로는 이미 선진국이지만, 그보다 국민을 더 잘살게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총량을 늘리는 것만이 해법은 아니었다. 단기간에 급성장하면서 총량이 크게 늘어나는 동안 불평등은 더 심해졌다. 불평등은 성장을 둔화시켰고, 그 결과 시민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질 뿐이다.

삶의 질 관련 한국의 지표는 선진국과 거리가 멀다. OECD가 11개 부문을 평가해 최근 발표한 ‘2016년 더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에서 한국은 종합 28위로 조사대상 38개국 중 하위권이었다. 대기오염은 최하위, 일과 삶의 균형은 36위로 사실상 꼴찌였다. 삶의 만족과 건강도 30위 밖이었다. 자살률은 OECD 회원국 중 10년 넘게 부동의 1위이고, 노인빈곤율도 세계 최고이다. 출산율도 가장 낮다. 인구가 급격히 줄어든다는 것은 그만큼 국가의 미래가 불안하다는 뜻이다.

연간 2124시간에 이르는 한국인의 노동시간은 OECD 국가 중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길지만 임금 불평등은 가장 심하다. 상·하위 10% 간 임금격차는 5.6배까지 벌어졌다. 비정규직은 정규직의 48.7%, 여성은 남성의 60.4%의 임금만 받는다.

노동의 대가가 고르게 돌아가지 않는다면 정부가 나서서 바로잡아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하다. 정부가 공공 사회복지지출 비율을 늘려 소득 불평등을 일부 해소할 수 있지만 한국은 그 비율이 꼴찌이다. 정부가 책임져야 할 공교육비는 민간 부담이 가장 커 교육 불평등마저 초래하고 있다. 삶의 질 관련 지표만 보면 차라리 OECD를 탈퇴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부끄러운 것들이 많다. 분배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한국은 반쪽 선진국이고, 그 정부는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한국 사회의 불평등 구조는 정치 탓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정치는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갖게 한다. 어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마지막으로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끝났다. 안 대표는 지금 시대정신은 격차 해소라며 ‘격차 해소를 위한 20대 국회의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불평등과 양극화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려면 불평등 해소를 통해 성장동력을 얻는 ‘포용적 성장’을 이뤄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분배의 문제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며 기득권을 양보하는 사회적 대타협을 통한 ‘중향 평준화’를 제안했다.

여야가 한목소리로 불평등과 격차 해소를 강조했다. 과거 보수적인 여당은 성장 의제를 중시한 반면,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야당은 분배를 외쳐왔다. 그러나 더 이상 불평등을 방치하면 걷잡을 수 없는 나락에 빠질 수 있다는 공통적인 인식에 이른 것이다. 여야가 모처럼 소통과 협치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당장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불평등 해소를 위한 해법을 찾고, 입법화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선진국은 겉모습뿐 아니라 시민 삶의 질을 개선해야 한다. 20대 국회의 분발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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