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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의 한강, 이명박의 4대강

입력 2016.06.23 20:34

수정 2016.06.23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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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우용 역사학자
[시대의 창]전두환의 한강, 이명박의 4대강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김소월이 읊은 강변이 압록강변인지 한강변인지 굳이 따질 이유는 없다. 반짝이는 모래밭과 무성한 갈대밭은 한반도 모든 강의 상징이었다. 한강변 종점 동네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나도 ‘개발’ 되기 이전의 한강을 어렴풋이 기억한다. 철길이 놓인 제방을 가로지르면 강변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었다. 물가에는 제법 큰 바위와 잔돌이 어우러져 있어서 바위 위에서는 아주머니들이 빨래를 했고, 꼬마들은 그 곁에서 물속의 돌을 헤집으며 놀았다. 강물이 모래를 몰아와 쌓아놓는 곳에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은 모래밭이 펼쳐져 여름철 시민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살아있는 강, 자연의 강은 다채로운 수변 경관과 식생을 만들어내기 마련이다.

한강이 ‘자연’의 자격을 상실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중반부터였다. 물론 그 이전에도 치수사업은 있었다. 그런데 여기에도 금도가 있어서, 강이 사람의 영역을 침범하지 못하도록 제방을 쌓되 제방 바깥쪽은 강의 영역으로 남겨두어 자연이 마음대로 물길과 경관을 변형시킬 수 있도록 했었다. 그러나 1960년대 중반 이후의 한강 치수 사업은 자연에 대한 약탈적 면모를 띠었다. 제방을 강쪽으로 내어 쌓아 택지를 조성한 것이야 필요한 일이었다고 하더라도 ‘공유수면’을 매립하여 사유지로 바꾸는 것이 꼭 필요했는지는 의문이다. 이른바 ‘한강의 기적’은 대다수 사람들에게는 상징적 구호였으나, 극소수 사람들에게는 봉이 김선달조차 꿈꾸지 못했던 진짜 기적이었다. 극소수 사람들의 돈벌이 수단이 된 탓에, 한강은 자연성과 공공성 모두를 잃었다.

서울 올림픽 유치가 확정된 직후인 1982년, 전두환 정권은 ‘한강종합개발사업’을 입안, 추진했다. 수해를 방지하고 수질을 개선하며, 하천공간의 이용률을 높이고 유람선과 수상 레포츠가 가능하도록 한다는 목적이었다. 4년에 걸쳐 1조원 가까운 돈이 투입된 이 사업이 현재의 한강을 만들었다. 사업 과정에서 두 가지 ‘주변적인’ 결정이 내려졌다. 하나는 한강을 통한 북한군의 침투를 막기 위해 차단 시설을 설치하는 것이었다. 여기에 유람선을 띄우기 위한 수심 확보라는 목표가 더해져 신곡 수중보가 생겼다. 이로써 한강은 바다와 차단되어 스스로 정화하지 못하는 특이한 강이 되었다.

또 하나는 ‘올림픽을 치르는 도시에 걸맞게’ 강변 둔치들에 체육시설들을 가득 채워 넣은 것이다.한강종합개발사업이 ‘완료’된 지 올해로 30년째이다. 북한군의 수중 침투는 다른 방식으로 얼마든지 막을 수 있게 되었고, 체육시설들은 도시 곳곳의 공원, 주택가, 등산로변에 차고 넘친다. 그럼에도 이것들은 지난 30년간 강고한 기득권을 확보했다. 하류부에 바닷물이 들락거려야 정상적인 강이건만, 지금은 바닷물이 역류하게 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다. 강바닥에 쌓인 오물들은 물과 함께 흘러 바다로 가는 것이 정상이건만, 매년 수십억원씩 들여 퍼내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도 많다. 운동하러 강변에 나가는 것도 너무나 당연한 일이 되었다. 이용자가 아무리 적어도 모든 체육시설이 이미 신성불가침의 지위를 얻었다. 체육시설들로 인해 수변에 어울리는 다른 활동들이 억압받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오늘날의 한강에는 화구 챙겨들고 나와 그림 그리는 사람이 없다. 예술적 감성을 자극하지 못하는 강을 강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현대 서울 사람들은 이미 이런 한강에 익숙하다.

이명박 정권이 수십조원의 돈을 쏟아부은 4대강 사업도 표면적 목표는 한강종합개발사업과 대략 같았다. 목표가 같았으니 결과도 같을 수밖에 없다. 이제 4대강은 자연의 자격을 잃고 인공물로 바뀌었다. 자연은 언제나 새로우나 인공은 결코 시간을 견디지 못한다. 그러나 아무리 비정상적인 상황이라도 금세 익숙해지는 존재가 사람이다. 사람들은 수면이 녹조로 뒤덮이고 바닥은 늘 썩어 있는 강에 곧 익숙해질 것이고, 세월이 더 흐르면 강이 본래 그런 것인 줄 알 터이다. 강 주변에 들어선 시설들은 각자 나름의 기득권을 확보하고 계속 행사하려 들 것이고. 비정상적인 상황에 적응하면서 형성되는 습관이 ‘나쁜 습관’이다. 개인에게든 집단에게든 일단 습관이 형성되면 아무리 나쁜 것이라도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4대강에 대한 나쁜 습관이 뿌리내려 비정상이 정상 행세를 하기 전에, 속히 정상화해야 하지 않을까? 더불어 한강도 자연으로 되돌릴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이 ‘나쁜 습관’이 자연뿐 아니라 인간까지 망칠 것이다. 자연과 인간은 본디 둘이 아니라 하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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