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소통 없이 시행 ‘맞춤형 보육’은 혼란만 키워
보육정책, 출산 장려 역행
누리과정 예산도 더 안 주고 공립 유치원 ‘로또 추첨’ 몸살
‘0~5세 보육 국가완전책임제’를 약속했던 정부가 이를 위한 예산을 충분히 지원하지 않으면서 보육현장의 갈등이 현 정부 내내 격화하고 있다.
해마다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 책임 논란 속에 시·도교육청과 정부, 시·도의회 간에 갈등이 반복되고 있고, 연말마다 유치원 추첨 전쟁이 벌어진다. 최근엔 ‘맞춤형 보육’ 혼란까지 가세했다. 미혼 남녀들이 각종 설문조사에서 저출산 대책으로 ‘보육 지원’을 첫손에 꼽고 있는 만큼 현재 벌어지고 있는 보육현장의 혼란은 아이 낳고 싶은 마음을 떨어뜨리는 큰 요인이 되는 셈이다.
보육 난맥상의 대표적 정책이 누리과정이다. “아이 기르는 비용을 국가가 적극 지원해서 0~5세 보육은 국가가 책임지도록 하겠다”던 대통령의 약속과 달리 별도의 국고 지원은 없었고, 정부는 시행령을 고쳐 시·도교육청에 예산 지원 책임을 떠넘겼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월 교육교부금 41조원을 시·도교육청에 전액 지원했다고 했지만, 누리과정 예산을 더 준 것은 아니다. 내국세의 20.27%로 고정돼 있는 기존 교부금에서 누리과정 소요예산 4조원을 떼어낸 뒤 교육청에 쪼개 줬을 뿐이다. 누리과정 때문에 보육대란에 이어 교육대란까지 온다는 절박한 호소가 나오는 이유다.
연말마다 ‘유치원 추첨’으로 보육현장은 몸살을 앓고 있다. 인기가 높은 국공립 어린이집은 대기자가 수백명에 이르러 ‘로또’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국공립 어린이집·유치원 수용률은 10년째 제자리다. 박 대통령은 매년 국공립 어린이집을 50개씩 신축하고 100개씩을 국공립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2016년 예산안에는 전년보다 10%가량 줄어든 302억원(135개소)만 책정됐다.
다음달 1일 시행되는 맞춤형 보육 정책도 애초에 덜컥 조건 없는 어린이집 종일반 이용을 허용했다가, 예산이 부족해지자 ‘맞춤형’이라는 명분을 끌어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0~2세 영아를 둔 가정은 현재 맞벌이 여부에 관계없이 무상으로 어린이집 종일반(12시간) 이용이 가능하다.
맞춤형 보육이 시행되면 외벌이(전업주부) 가정은 하루 6시간까지만 어린이집을 무상 이용할 수 있고, 보육료도 20% 삭감된다. 현장과의 소통과 설득 없이 강행하는 맞춤형 보육에 대해 각종 부작용 우려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