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월 14만여명 ‘전국적 급감’…혼인 건수도 크게 줄어
집값·보육·고용 ‘불안정’…“정부정책이 저출산 부채질”
올해 4월까지 누적 출생아 수가 역대 최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태어나는 아이들의 수는 2005년의 역대 최저치(43만5031명)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혼인도 지난해보다 급감하고 있어 저출산 기조는 더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저성장의 늪에 빠진 데다 출생아 수가 매년 줄어들고 생산가능인구까지 감소 추세로 접어들면서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은 더욱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출산·육아정책이 저출산 현상을 오히려 부채질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3일 통계청의 ‘4월 인구동향’ 자료를 보면 4월 출생아 수는 3만5300명으로 1년 전보다 7.3% 감소했다. 이는 통계가 집계된 2000년 이후 월별 기준으로 가장 적은 수준이다. 전년 같은 달 대비 출생아 수 감소폭도 2013년 11월(-12.3%) 이후 가장 컸다. 1~4월 누적 출생아 수는 14만79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5만6000명)보다 5.2%(8100명) 감소했다. 1~4월 출생아 수는 역대 출생아 수가 가장 적었던 2005년 같은 기간(15만3800명)보다도 적다. 이런 속도라면 올해 출생아 수는 역대 최저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1~4월 출생아 수가 증가한 지자체는 세종이 유일했다. 대전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8% 감소했고 서울(-5.4%)과 경기(-5.2%)도 큰 폭으로 출생아 수가 줄었다. 세종은 정부부처와 국책연구기관 이전이라는 예외적인 요인 때문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전국적으로 출생아 수가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출생아 수가 줄어드는 것은 경기침체와 주거비 부담 증가로 젊은층이 결혼과 출산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4월까지 누적 혼인건수는 9만4200건으로 전년(10만1200건)보다 6.9% 줄었다. 혼인건수가 이렇게 줄어들면 내년에도 출생아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은 내년부터 14세 이하 유소년 인구가 65세 이상 고령자보다 적어지고,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처음으로 감소한다. 급격한 인구감소 속도를 늦추기 위한 대책이 절실하지만 정부는 누리과정에 이어 ‘맞춤형 보육’(외벌이 가구 0~2세 영아의 어린이집 이용 시간을 하루 6시간 이내로 제한) 논란으로 출산·육아정책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 사회보장 확충은 뒷전인 채 성과연봉제, 쉬운 해고 도입 등 노동 강도를 높이는 정책을 잇따라 펴면서 ‘안심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환경’은 더 요원해지고 있다.
장진희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연구위원은 “임신·출산을 미루는 이유를 분석해보면 높은 집값과 양육비 등 경제적 여건이 1순위”라며 “첫째 아이를 낳은 뒤 육아와 보육, 교육, 직장활동의 어려움을 겪고 나면 둘째는 아예 낳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