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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가진 인류, 냉장고로 ‘차가움’까지 소유하다

입력 2016.07.01 20:58

수정 2016.07.0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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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의 탄생

톰 잭슨 지음·김희봉 옮김 | MID | 352쪽 | 1만6000원

냉장고의 원형은 1750년대에 처음 나왔지만 대량판매가 가능할 정도로 다듬는 데는 170년이 더 걸렸다. 차가움의 통제는 주로 와인과 디저트에서 고기와 과일의 신선도 유지 같은 보관 용도로 확대됐다.

냉장고의 원형은 1750년대에 처음 나왔지만 대량판매가 가능할 정도로 다듬는 데는 170년이 더 걸렸다. 차가움의 통제는 주로 와인과 디저트에서 고기와 과일의 신선도 유지 같은 보관 용도로 확대됐다.

냉장고의 유무가 그 집의 재력을 말하던 시절이 있었다. 세월이 좀 더 흐른 뒤엔 크기가, 문의 개수가 엄마들의 은근한 경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텔레비전 없이는 살아도 냉장고 없이 사는 집은 거의 없을 것이다.

우리의 삶 속에서 너무 당연해진 존재를 뽐내는 냉장고. 이 ‘요물’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냉장고의 탄생>은 차가움을 꿈꿨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큰 줄기는 냉장고라는 기계의 발명에 있지만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보일, 아보가드로 등 철학자와 과학자들을 줄줄이 불러내 물질의 본질에 대한 논쟁을 벌이기도 한다. 나아가 극저온 기술, 줄기세포, MRI, 수포폭탄까지도 등장한다. 나아가 저자는 아예 극저온 냉장고가 양자 컴퓨터와 텔리포테이션(원격이송)을 실현해 줄 날이 머지않았다고 전망한다.

[책과 삶]불을 가진 인류, 냉장고로 ‘차가움’까지 소유하다

인류는 불을 통제할 수 있게 되면서 차가움을 갈망하기 시작했다. 자연이 만들어낸 얼음을 보관하기도 했지만, 차갑다는 것은 여전히 마법에 가까운 개념이었다. 온도의 표준을 정하고, 정밀한 온도계를 만들고, 증기 기관과 전기 모터 같은 동력을 개발해 내면서 인류는 인위적 차가움에 한 발자국씩 다가갔다.

다른 많은 기술들과 마찬가지로 얼음을 보관하는 동양의 노하우가 르네상스 시대에 유럽으로 건너갔고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의 귀족들도 차가운 와인과 얼린 디저트 같은 사치품을 즐길 수 있게 됐다. 19세기에는 미국인들이 얼음을 전 지구적인 규모로 상업화했다.

냉장고의 원형은 1750년대에 처음 나왔지만 대량 판매가 가능할 정도로 다듬는 데는 거의 170년이 더 걸렸다. 초기 냉장고의 주도적인 브랜드였던 켈비네이터의 제조사가 1920년대에 최초의 냉장고 세대를 겨냥해서 펴낸 요리책 <여주인을 위하여>는 ‘차가움’이 불러올 변화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가정주부는 일거리가 줄어들고, 여가 시간이 많아진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이 모든 것이 매우 경제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냉장고는 1937년에 북미 지역에 200만대가 보급됐고, 1955년엔 미국에서만 4000만대가 됐으며, 1980년에는 수억대가 전 세계 집 안 곳곳에 자리잡게 됐다. 냉장고가 생활혁명만 가져다줬을까. 냉매로 쓰이는 프레온가스인 CFC는 오존 파괴라는 환경문제를 불러왔다. 심각성을 깨달은 세계 여러 나라들은 CFC를 사용하지 않기로 합의, 1987년에 몬트리올 의정서를 채택했다. 그래서 지금의 냉장고에는 PFC(perfluorocarbon)라는 과불화탄소가 사용된다.

저자는 묻는다. 그래서 냉장고를 사용하면 결국 우리에게 해롭냐고. 그리고 답한다. 이러한 염려는 ‘냉장혐오증’일 뿐이라고.

마지막 장 ‘냉장고의 미래’에 언급된 스마트 냉장고는 2000년에 LG가 최초로 출시했는데 가격이 무려 2000만원이었다. 문을 열지 않고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알 수 있는 대가로 지불하기에는 비싼 금액이었다.

십여년이 더 지난 지금의 스마트 냉장고는 집 안의 모든 기기들을 연결하는 ‘허브’로까지 발전했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보던 양문형 냉장고가 집 안으로 들어오는 데 걸린 시간만큼 스마트 냉장고가 갑남을녀의 집으로 들어오는 데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어떤 도시건 세 끼 식사를 공급하지 못하면 무정부 상태가 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인즉슨 냉장 체인이 끊어지면 사회는 붕괴한다는 뜻이다.

냉장고의 전원을 끄는 것이 그 어떤 테러보다 더 강력하고 빠르게 이 사회를 무너뜨릴 것이다.’ 책이 수많은 발명품 중 냉장고에 주목한 이유다.

저자는 동물원 사육사, 여행작가, 들소 사냥꾼 출신의 과학 마니아이다. 그래서 냉장고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는 길이 어렵거나 지루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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