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흥신소 업자와 의뢰인의 대화 내용.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제공.
“남편 있는 곳은 터미널 근처 호텔 OOO이 유력할 것 같아요. 오늘은 주무시고 새벽 다섯시 삼십분부터 미행하시면 될 것 같아요.”
“새벽시간은 사람의 통행이 많지 않아 눈에 잘 띌 것 같아요. 둘이 있는 사진 좀 부탁드립니다.”
ㄱ씨는 남편의 불륜을 의심했다. ㄱ씨는 불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흥신소에 남편 뒤를 쫓아달라고 의뢰했다. 흥신소 업자 홍모씨(40)는 ㄱ씨 남편 차량에 위치추적기를 설치하고 그를 미행했다. 홍씨는 ㄱ씨와 시시각각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남편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했다. ㄱ씨는 이 대가로 홍씨에게 250만원을 건넸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휴대전화 위치정보, 택배 배송주소 등 개인정보를 전국 흥신소 업자들에게 판매한 총책 브로커 임모씨(40), 해커 김모씨(27), 택배기사 윤모씨(43)와 흥신소 업자 홍씨 등 42명을 위치정보법 위반 혐의 등으로 붙잡았다고 4일 밝혔다. 경찰은 이 중 총책 임씨, 해커 김씨, 흥신소업자 홍씨 등 3명을 구속했다.
총책 임씨 등은 2014년 8월부터 올 5월까지 외도 의심 배우자 추적, 채무자 위치 파악 등의 목적으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의뢰인 1204명에게 제공한 대가로 총 10억2477여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이 사이버흥신소 일당에게서 압수한 캠코더, 쌍안경과 차량 위치추적기.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제공.
경찰 관계자는 “검거된 42명 중 34명은 자신의 애인이나 배우자의 외도를 의심하고 흥신소에 차량 위치추적 등을 의뢰한 30대 회사원, 대학 연구원, 시청 공무원, 50대 가정주부 등 의뢰인들”이라고 밝혔다.
범행은 총책 임씨가 해커 김씨와 택배기사 윤씨로부터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취득한 후 이를 흥신소 업자에게 넘기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경찰 조사 결과 해커 김씨는 SK텔레콤 위치정보 서버의 취약점을 이용해 휴대전화 위치정보를 습득했다. SK텔레콤은 위치정보를 암호화하지 않은 채로 전송했다. 윤씨는 자신이 소속된 택배업체 모바일 택배관리시스템을 열람해 주소정보를 불법적으로 얻었다.
임씨는 김·윤씨 등이 빼돌린 개인 정보를 흥신소 업자들에게 제공했다. 이를 위해 임씨는 ‘나조회’라는 별칭을 사용하며 인터넷에 개인정보 판매 홍보글을 올렸다. 임씨는 흥신소 업자 홍씨 등에게 차량 소유자, 택배 배송주소, 휴대전화 위치, 재산, 출입국 정보 등을 제공하고 건당 15만원~45만원을 받았다. 임씨 등은 각종 개인정보를 흥신소 업자에게 판매한 대가로 647회 걸쳐 총 2억7477만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
홍씨 등은 흥신소 사이트를 개설해 일명 ‘사이버 흥신소’를 운영했다. 이들은 의뢰자들로부터 휴대전화 위치조회(80만원), 주소 조회(70만원), 택배주소 조회(40만원), 가족 관계 확인(150만원), 차량 위치추적(250만원) 등을 의뢰받았다. 홍씨는 총책 임씨에게 이를 다시 의뢰해 정보를 제공받은 후 의뢰인들에게 전달했다. 경찰 관계자는 “의뢰자의 약 80%는 외도를 의심한 배우자의 사생활 뒷조사를 의뢰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홍씨 등은 의뢰인 557명에게 정보 제공을 대가로 총 7억5000만원 상당의 수익을 거뒀다. 이들은 범행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가명과 대포폰·대포통장을 이용하고 서버에 기록이 남지 않는 해외 모바일 메신저인 텔레그램으로 소통했다.
홍씨 등은 경찰 조사에서 “간통죄 폐지 이후 전국 흥신소 업체가 2배로 늘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전국에 흥신소 3000여곳이 성업 중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그간 흥신소 업자들은 단순한 불륜현장 미행, 사생활 탐지 등 개인적으로 활동했다. 최근에는 흥신소를 상대로 각종 개인정보를 판매하는 총책이 있고, 흥신소는 상담책·미행책·추적기 설치책·위치정보 수집·전달책 등 역할을 세분화 해 체계적인 점조직 형태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총책 브로커 및 흥신소 업자 활동 체계도.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