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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을 잡을 수 없는 나라

입력 2016.07.20 22:23

수정 2016.07.20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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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태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 대학원 교수
[문화비평]‘포켓몬’을 잡을 수 없는 나라

잠시 외국에 머무느라 ‘포켓몬 고’ 열풍에 동참할 기회가 생겼다. 길을 걷다가 눈앞에서 꼼지락대는 꼬부기나 퍼덕대는 피죤을 잡는 재미가 쏠쏠했다. 게임이 알려주는 장소를 찾다보면 평소 모르고 지나다니던 역사적 유물들을 새로운 눈으로 만나기도 했다. 알을 부화시키기 위해 2㎞ 이상 걸어야 하는 건 좀 고역이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포켓몬 고’를 즐길 수 없다. 속초에서 가능하다고 하여 호기심 많은 젊은이들은 속초행 버스에 몸을 싣지만, 거기서도 온전한 게임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폰 화면에 지도가 깔리지 않으니, 오밀조밀한 길 찾기는 애시당초 불가능하다. 왜 그런가? 많이 알려져 있다시피, 이 게임의 기반이 되는 구글맵을 우리나라에서는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지도 정보의 해외 반출을 (사실상) 금하고 있고, 구글은 국내에 서버를 설치할 의사가 (지금은) 없어 보이니, 아마 앞으로도 종로 거리에서 피카츄를 만나는 일은 요원할 듯하다.

지도 정보 반출 하나만 떼어놓고 보자면, 안보 이슈와 세금 문제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쉽게 이야기하기 어렵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의 경험과 목격에 근거할 때, 우리나라가 아주 빠른 속도로 고립되어 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지도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IT 강국, 게임 강국이라며 외국에서 견학 오던 시기는 이미 지난 지 오래다.

지금은 공인인증서와 셧다운제의 나라다. 2007년 세상에 나온 아이폰은 2009년 11월이 되어서야 한국에 들어올 수 있었다. 통신사 간의 견제,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의 압력, 그리고 정부의 폐쇄적인 정책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성미 급한 소비자들은 해외에서 아이폰을 구입한 다음 개인 인증을 하여 개통하기도 했다. 지금 속초로 달려가 포켓몬을 잡는 사람들의 선배님 되시겠다.

늘 그랬다. 창조는 재미에서 나오는데, 정책은 늘 즐거움의 추종을 소수 ‘얼리어댑터’의 ‘덕질’로 치부했다. 그리고 ‘평범한 소비자’는 그저 갈 길을 알려줘야 하는 양떼로 간주했다. ‘포켓몬 고’ 열풍 와중에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소통과 공감의 게임문화 진흥계획”을 보면서 다시 한번 절감한다.

정부는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차마 못 봐준다. 기를 쓰고 가르치려 들기만 한다. 제목과는 무관하게, 내용은 “게임을 이용해서 계몽을 하거나” “게이머를 효과적으로 지도하는” 부분에 방점이 찍혀 있다. 30여쪽의 ‘계획서’ 중 다섯쪽 정도를 차지하는 ‘게임문화 현황과 인식’은 비교적 정확한 분석인데, 왜 이 분석이 정책으로 이어지지는 못하는지 모를 일이다.

포켓몬의 주인이기도 한 닌텐도가 만든 게임기 ‘DS-라이트’가 우리나라에서 1년 만에 100만대 이상 팔리는 기록을 세웠던 8~9년 전, 한국 정부와 언론은 무슨 이야기를 했는가? 왜 우리는 이런 게임기를 못 만드느냐는 대통령의 뜬금없는 질책이 있었지만 이때 이미 셧다운제는 논의되기 시작했고, 언론은 이 게임기가 “아이들의 정신세계를 갉아먹는다”며 우려했다. 아이들을 모두 좀비로 만들기라도 할 듯했던 DS는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감쪽같이 사라졌고, 아이러니하게도 ‘포켓몬 고’는 스마트폰의 위치기반 및 증강현실 기술을 등에 업고 다시 열풍을 만들었다. 그래도 정부와 언론의 반응은 그때와 다르지 않다.

문제는 관료들의 통제 욕구다. ‘와~’ 하고 무슨 일이 벌어지면 어떻게든 나서서 상황을 통제하고 싶어 한다. 대개 그 ‘무슨’ 일이란 사람들이 즐거워서 하는 일인데, 점잖고 도덕적인 관료들은 대중들의 시답지 않은 욕망이 마냥 걱정스럽다.

게다가 별것 아닌 것 같은데 우리나라가 못 만드는 게 한심하고 안타까워 뭐라도 만들자고 나선다. 그래서 나온 게 한국형 유튜브, 한국형 안드로이드, 그리고 한국형 알파고다. 엄청난 정부 투자는 대개 눈치 빠른 몇몇 기업들의 배만 불릴 뿐이었다. 사람들을 통제 대상으로 보니, 대부분의 문화정책에 정작 수용자나 소비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문체부가 발표한 ‘계획서’는 유독 ‘소통과 공감’을 강조한다. 하지만, 그 안에서 지칭하는 ‘게임문화 참여자’는 부모, 교사, 게임산업계 및 학계, 시민단체, 공공기관이다. 정작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 특히 청소년들은 모두 어디로 갔는가?

착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재미가 있다면 사람들은 카풀을 해서 속초로 달려가기도 한다. 통제 욕구 가득 찬 정부가 개입하면 아이핀 본인 인증과 모바일 셧다운제로 누더기가 된 수십억원짜리 ‘한국형’ 포켓몬 고가 나올 뿐이다.

정부가 그토록 바라는 소위 ‘창조경제’를 구현하려면 문화정책의 목표를 바꿔야 한다. 사람들을 더 재미있게, 더 신나게 만들어주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어차피 신나는 일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도 보이지 않는 게 요즘 우리나라의 현실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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