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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독

입력 2016.08.03 20:43

수정 2016.08.03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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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의 독인 봉독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질병 치료제 중 하나이다. 기원전 160년 무렵 기록된 것으로 알려진 중국 의서 <마왕퇴의서(馬王堆醫書)>는 봉독을 사람 피부에 침투시키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봉독은 기를 왕성하게 하고, 성기능을 강화한다고 했다.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에서도 봉독 치료를 했다.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는 관절염 등에 치료 효과가 큰 봉독을 ‘신비로운 약’이라고 했다. 국내 한방병원에서도 봉독을 이용한 치료가 확산되고 있다. 근골격계 질환과 염증 치료, 만성통증 완화에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암 환자의 통증을 줄이는 데도 쓰인다. 양봉업 종사자는 관절염에 거의 걸리지 않으며, 암에 걸릴 확률이 가장 낮은 직업군이라는 주장도 있다. 양봉을 하면 벌에 자주 쏘일 수밖에 없는데, 그게 면역력을 강화시킨다는 것이다.

충남 축산기술연구소가 봉독을 활용한 천연항생제 개발 가능성이 높다는 실험 결과를 내놨다. 벌 3만마리에서 봉독 1g을 채취한 뒤, 송아지에게 봉독 희석액을 주사한 결과 설사 발생률이 일반 송아지보다 42%포인트 낮아졌다. 봉독의 살균·소염 효과는 일반 항생제인 페니실린보다 1200배가량 높다. 비용도 기존 항생제 접종에 비해 절반 이하로 낮출 수 있다. 과거에는 꿀벌에서 침을 빼내 직접 사람 피부에 꽂는 벌침을 주로 사용했다. 침이 뽑힌 벌은 이내 죽는다. 요즘에는 꿀벌에 전기자극을 줘 유리판에 침을 쏘도록 해 봉독을 채취하기 때문에 벌이 죽지는 않는다. 대신 벌이 가진 거의 모든 것을 빼앗는다. 벌통 한 개에 사는 수만마리의 꿀벌이 생산하는 꿀이라고 해봐야 연간 20㎏이 채 안되는데 그걸 대부분 사람이 차지한다. 벌집을 방어하기 위해 꿀벌이 발라놓는 봉교(프로폴리스) 75g, 봉독 1g까지 약탈해간다.

생태환경 변화로 꿀벌 개체 수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국내 양봉농가도 10년 새 절반으로 줄었다. 아인슈타인은 “꿀벌이 지구상에서 사라지고 나면 사람도 4년 이상 살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은 꿀벌 등 꽃가루 매개 곤충이 사라지면 매년 142만명 이상이 사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벌과 공존하라는 자연의 명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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