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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과의 100년 전쟁

입력 2016.08.16 20:52

수정 2016.08.16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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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종성 논설위원

18세기 영국의 경제학자 토머스 맬서스는 <인구론>을 내놓으면서 통제할 수 없이 늘어나는 인구를 걱정했다.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데 반해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인류가 기근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그는 인구를 줄이기 위해 ‘만혼’과 ‘산아제한’을 역설했다.

[정동에서]저출산과의 100년 전쟁

200년여가 흐른 지금 우리는 맬서스와는 정반대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 하면 만혼과 저출산에서 벗어나느냐 하는 것이다.

우리는 인구감소의 수렁에 빠져 있다. 한 민간경제연구소는 현재와 같은 출산율(합계출산율)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2100년 남한 인구는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고 2500년에는 33만명으로 줄어 사실상 ‘민족 소멸’ 상태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또 전국 262개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80곳은 30년 뒤 아예 인구가 사라질 위험이 크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경제개발 시대 우리는 출산율 감소를 향해 달려왔다. 인구증가는 식량·주택·고용 등 사회경제적 문제를 유발하기 때문에 국가 차원의 계획적인 억제대책이 요구된다는 것이었다. 각종 구호와 표어도 난무했다. ‘적게 낳아 잘 기르면 부모 좋고 자식 좋다’ ‘무턱대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등이었다.

강력한 인구증가 억제정책으로 1960년 6.0명에 달하던 출산율은 1983년 들어 인구를 현 상태로 유지할 수 있는 2.1명 수준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인구억제 드라이브는 멈추지 않았다. 자녀 수가 두 명 이하인 가정에 의료보험료 및 세금 인하 등 각종 인센티브가 주어졌다. 불임수술을 하는 경우엔 아파트 당첨권을 주고 예비군훈련을 면제해주기도 했다. 이후 출산율은 1.7명 수준에 머물렀으나 출산억제의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1996년에야 인구억제 정책을 포기했다.

1971년 한 해 동안 102만4773명이 태어나던 나라는 불과 40여년 만에 절반에도 못 미치는 43만6455명이 출생하는 초저출산국으로 바뀌었다. 출산율도 4.54명에서 1.19명으로 추락해 국가의 안정적인 존립 자체가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나라는 2001년부터 초저출산국(출산율 1.3명 미만)으로 분류되고 있다.

젊은 인구의 유입이 줄면서 우리 경제는 어두운 미래와 직면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올해 3703만9000명을 정점으로 내년부터 하향 곡선을 그린다. 한국전쟁 직후 베이비붐 세대의 급증으로 경제가 가파르게 성장하던 시대는 저물고, 만성화된 저출산·고령화 구조가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성장 엔진’은 식고, ‘연료’인 인구도 줄어들고 있다. 지난 60년간 누려온 ‘인구 보너스(Demographic Bonus) 시대’의 종언과 함께 ‘인구 오너스(Demographic Onus)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인구감소가 지속되면 우리 경제의 활력은 떨어지고 미래세대는 더욱 무거운 짐에 허덕일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출산율 저하에 따른 인구감소는 노동력의 감축으로 이어지고 내수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결국엔 경제성장률 하락을 초래한다. 우리의 후손들은 1인당 부양해야 할 인구가 증가하면서 더욱 늘어난 각종 연금 부담을 지게 됐다. 젊은 세대가 노인 세대를 부양해야 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노인부양비는 지난해 생산가능인구 100명당 17.9명이었다. 그러나 2060년에는 80.6명으로 약 4.5배 증가한다. 감당이 가능할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물론 정반대의 시각도 있다. 인류는 4.5일마다 100만명씩 증가하고 있으며 저출산은 문제가 될 것이 없고 오히려 흘러넘치는 사람들이 문제라는 주장이다. 앨런 와이즈먼은 <인구쇼크>에서 “일할 사람이 감소해 노동력은 더욱 귀해질 것이므로 실업문제가 줄어들고 사회는 더 안정적이고 더 행복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다산의 시대를 지나 저출산 시대에 접어든 선진국들의 상황과는 동떨어진 주장이다. 우리와 가장 닮은꼴인 일본은 20년 전인 1996년 생산가능인구가 감소로 돌아선 뒤 불황의 깊숙한 터널에서 벗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결국 인구감소가 가장 큰 문제였다.

우리는 인구절벽과 마주하고 있다. 정부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인구증가 정책의 무용론도 고개를 든다. 하지만 프랑스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100년 이상을 싸워왔다.

출산율 증가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영속성을 담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다. 인구감소의 크레바스를 넘기 위해 ‘저출산과의 100년 전쟁’에라도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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