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나라의 조건
마이케 반 덴 붐 지음·장혜경 옮김
푸른숲 | 340쪽 | 1만8000원
“인생을 쓸데없이 복잡하게 만들지 말라.” 아이슬란드 정부가 국민들에게 선물한 냉장고용 자석에 새겨져 있는 말이다. 아이슬란드는 세계 행복도 조사에서 항상 상위권에 오른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와 매일 스무 번씩 반복되는 지진 등 불행의 이유를 대라면 많지만,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먼저 행복의 이유를 찾는다. 삶의 가변성과 유한성을 인정하고 ‘지금 여기’를 산다. 국민을 하나의 대가족으로 보고 정치력과 정책을 ‘가족’에 집중한 것도 비결이다.
독일에서 살고 있는 저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엔 등이 발표하는 세계 행복도 조사 결과를 보며 의문을 품었다. 북유럽 등 항상 상위권을 차지하는 나라들과 하위권을 맴도는 나라들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부유한 나라가 꼭 행복한 것만도 아니다. 부유한 나라로 손꼽히는 독일은 바닥권을 면치 못한다. 반면 국민의 23%가 가난에 허덕이는 코스타리카는 상위권이다. 그런데 관광이 주된 산업인 코스타리카 사람들은 “오래오래 행복하려면 자연을 파괴하지 말아야 한다”고 믿으며 개발은 뒷전이다.
독일 사람들은 왜 행복하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풀기 위해 저자는 ‘가장 행복한 13개국’(2012년 기준)으로 떠났다. 그곳에서 만난 평범한 시민, 학자, 기업가, 언론인, 독일교포 등 300명을 인터뷰했다. 소득은 행복과 얼마만큼 상관관계가 있는 것일까. 노르웨이나 스웨덴은 국가가 나서 최대한 소득격차를 줄였고, 캐나다와 호주는 사회가 소득격차에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다. 불평등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한 저자는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점을 발견한다. “모든 사람이 존중받는 곳에서는 불평등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 행복한 사람들은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세요”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가족”이라고 말한다. 행복의 비결은 신기루 같은 게 아니다. 정답도 없다. 이미 잘 알고 있는 것들인지도 모른다. 저자는 “우리 모두는 이 사회의 작은 행복 분모이며, 개인과 사회의 행복은 우리 손에 달렸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