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값 58%·쇠고기는 13% 껑충
소비자물가 16개월 만에 최저인데 농축수산물 가격은 ‘고공행진’

올해 기록적인 폭염으로 농축수산물 가격이 껑충 뛰었다. 보름 앞으로 다가온 추석 물가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커보인다. 폭염이 장기간 계속된 해는 특히 축산물 가격이 추석까지 강세를 보인 것으로 분석돼 올해도 추석 차례상에 고기를 올리는 데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1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0.4% 올랐다. 이는 2015년 4월(0.4%) 이후 1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2월 1.3% 이후 3~4월 1.0%, 5~6월 0.8%, 7월 0.7% 등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이 같은 저물가 상황을 체감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장바구니에 영향을 주는 농축수산물 가격은 계속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 8월 농축수산물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 상승했다. 특히 폭염으로 채소 물가가 6.2% 급등했다. 전달과 비교하면 상승폭이 더 컸다. 농축수산물은 전달보다 2.0% 상승했고, 이 중 농산물은 5.6% 뛰었다.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은 신선식품물가도 끌어올렸다. 신선식품물가란 신선한 어패류, 채소, 과실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1개 품목으로 작성한 물가지수다. 신선식품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6월(-1.7%)과 7월(-0.4%)에는 떨어졌지만 8월은 2.8%로 급상승 반전했다.
개별 품목별로 보면 배추(58.0%), 풋고추(30.9%), 마늘(17.5%) 등 가을 김장용 재료들의 가격이 많이 올랐다. 국내산 쇠고기 가격도 13.7% 뛰었다. 폭염에 작황이 좋지 못한 데다 가축들도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폐사하거나 출하 때 체중감소 등을 겪기 때문이다.
이 같은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 기조는 보름 앞으로 다가 온 추석 때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이날 발표한 ‘폭염과 추석 물가’ 보고서를 보면 폭염이 장기화한 해에는 농축수산물 물가 상승률이 평균 10.4%를 기록, 그렇지 않은 해(3.7%)보다 크게 높았다. 폭염 장기화 해는 1990~2015년 사이 전국 평균 폭염 일수가 긴 상위 5개년도(1990·1994·1996·2004·2013년)로 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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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폭염 장기화 때 축산물의 추석 물가가 연평균 물가보다 2.5%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농산물(-1.0%포인트), 수산물(-2.0%포인트)의 추석 물가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것과 대조된다. 농산물과 수산물은 정부가 비축물을 풀고, 날씨가 좋아지면 곧바로 새로운 상품이 생산될 수 있지만, 축산물은 사육기간이 있어 쉽게 상품을 내놓지 못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백다미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축산물은 추석 차례상 구입비용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축산물 가격이 상승하면 가계의 지출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에 편승해 공산품과 서비스 가격이 덩달아 오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수영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계약재배물량 출하 조절, 비축물량 방출 확대, 농협 할인판매 등 농축수산 성수품 수급 안정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해 가격 안정을 유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