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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의 미래

입력 2016.09.01 20:38

수정 2016.09.01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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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일 셰프의 맛있는 미학]도시락의 미래

곧 수능시험을 치를 딸아이를 위해 이른바 ‘수능도시락’이란 걸 샀다. 따뜻한 국통이 있고, 보온력이 좋은 제품이다. 수능날이 겨울이니 따스한 밥 먹고 시험 잘 치르라는 엄마들의 구매가 이어진다. 수능 전 모의고사일에 이미 이 도시락이 쓰인다. 엄마들도 예행연습을 하는 거다. 수능 치르는 당사자들처럼 고민하고 반찬 메뉴를 짠다. 미역국은 당연히 안되고, 무슨 국을 넣을까. 빨리 상하는 나물 같은 건 피해야지, 씹기 힘든 딱딱한 건 빼고 소화를 돕는 부드러운 음식을 넣자. 이렇게 이것저것 메뉴를 짠다. 예전에 국물 통은커녕 한겨울 차가운 도시락이 예사였다. 라면봉지에 말아넣은 김치통이 줄줄 새서 버스 안에서 곤욕을 치르던 생각도 난다. 계란말이처럼 공력 많이 들어간 건 아무나 싸오는 반찬이 아니었다. 콩자반, 멸치볶음이 고작이었고, 교실은 늘 추워서 벌벌 떨면서 모래알 같은 찬밥을 씹지 않았던가.

[박찬일 셰프의 맛있는 미학]도시락의 미래

요새 도시락은 신세가 변했다. 사회현상을 설명할 때 거론되는 존재다. ‘혼밥’ 시대의 총아라고 한다. 편의점 회사마다 도시락 매출이 늘어서 입이 벌어진다고 한다. 파는 회사에서는 돈 벌어 좋지만 이게 그리 흔쾌한 현상이 아니다. 주요 편의점들은 요새 도시락을 대대적으로 광고하고 마케팅한다. 장차 황금 아이템이 될 것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런 예견은 대개 이웃 일본을 통해서 들여다본다. 일본 변두리를 가보라. 노인들만 수천 가구 사는 마을에 가게가 딱 세 개 있다. 미용실, 이발소, 도시락가게다. 머리는 제 손으로 못 깎고, 밥 해먹을 요량도 기운도 없으니 이런 가게들은 아직 안 망하고 붙어 있는 것이다. 그들의 주머니 사정에 맞추어 2000~3000원짜리 도시락이 흔하다. 일본 도시락은 본디 그들의 성정과 들어맞는 구석이 있어서 오랫동안 사랑받았다. 밥과 반찬 여러 개로 이루어진 밥상 하나를 이리저리 해체해서 사각형의 작은 ‘벤또’에 구성하는 기술이다. 그렇게 일본에서는 도시락이 단순한 이동형 밥상이 아니라 하나의 음식 문화로 자리잡았다. 기차역과 향토마다 자랑하는 명물 도시락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지금 일본의 도시락은 편의점과 지역의 작은 생계형 가게에서 유통되는 ‘생존 음식’의 경향을 많이 띠고 있다. 이걸 수입한 게 한국이다. 구색도 비슷하다. 이미 국제화된 메뉴가 가득한 일본 도시락과 흡사하다. 돈가스에 햄버그, 소시지와 달콤한 계란말이 반찬이 흔하다. 어쩌면 다행한 일일 수도 있다. 컵라면에 즉석밥 말아먹는 것보다야 영양이 나으니까 말이다. 그래도 ‘도시락시장 대폭 성장 예상’ 같은 기사를 보면 결코 데면데면하게 볼 일이 아니다. ‘혼밥’이라는 신조어가 상징하는 개인의 고립과 낮은 수입이 대세가 되는, 어쩌면 우리들 다수의 미래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고령화와 가처분 소득 하락 문제도 미구에 우리에게 닥칠 것이다. 도시락이 그런 암울한 내일의 아이콘처럼 보인다. 어머니가 싸주시던 학창 시절의 양은 도시락은 차가웠지만, 그래도 낭만이 있었달까. 플라스틱통에 알록달록 담겨 있는 요즘 도시락이 심상치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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