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귀국 때 복장 그대로
청와대서 결연한 표정으로 회의
서울공항 내리는 박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러시아·중국·라오스 순방을 마치고 9일 오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전용기에서 내려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처하기 위해 예정시간보다 3시간30분 앞당겨 귀국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정권 수립 68주년 기념일인 9일 기습적으로 5차 핵실험을 실시했다. 북측은 실험 4시간 만에 이를 공식확인하는 성명을 내는 등 느긋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남측 군과 정보당국, 정부와 정치권은 느닷없는 소식에 정보를 분석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긴박하게 움직였다.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회의 참석차 라오스를 방문 중이었던 박근혜 대통령은 일정을 3시간30분가량 앞당겨 귀국 비행기에 올랐다.
■박 대통령 심야회의 소집
오전 9시30분 북한의 핵실험을 기점으로 긴박하게 움직였던 정부는 오후 9시5분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 주재로 긴급 안보상황점검회의를 열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오후 1시10분쯤 라오스를 출발해 오후 7시30분쯤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박 대통령은 곧바로 청와대로 내달렸고, 도착 1시간30분여 만에 외교·통일·국방장관, 국가정보원장, 국가안보실장 등이 참석한 안보상황점검회의를 주재했다. 그사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도 통화를 했다. 심야 회의에서 박 대통령의 모두발언은 이례적으로 방송에 생중계됐다. 서울공항 도착 당시 입었던 복장으로 등장한 박 대통령은 결연한 표정으로 강도 높은 톤의 발언을 쏟아냈다.
■갑작스러운 ‘풍계리’발 인공지진파
기상청은 오전 9시30분쯤 북한의 인공지진파를 감지했다. 함경북도 풍계리 인근에서 감지된 지진파 규모는 5.0이다. 풍계리는 핵실험장이 있는 곳이다. 북한은 지난 1월6일 제4차 핵실험도 이곳에서 실시했다. 기상청은 관련 정보를 유관기관에 신속하게 전파했다.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는 9시50분 초기 대응반을 소집해 군사대비태세를 점검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도 지휘통제실에서 위기관리회의를 열었다. 국방부 당국자는 10시50분 비공개 브리핑을 통해 “북한이 핵실험을 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첫 북 핵실험 사실 확인이다. 외교·통일부는 장관이 각각 외국과 지방에 가 있는 바람에 임성남 제1차관과 김형석 차관 주재로 긴급 회의를 열었다.
■총리·장관 일정 취소 긴급 상경
오전 11시 황교안 총리 주재로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열렸다. 황 총리는 세종에서 예정됐던 일정을 취소하고 급히 상경했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도 강원도 일정을 중단하고 상경했다.
같은 시간 일본 정부도 아베 총리 주재로 NSC 회의를 개최했다. 4차 북 핵실험 당시인 1월6일 아베 총리는 핵실험 1시간 만에 NSC를 열었으나, 박 대통령은 3시간이 지나 NSC를 주재하면서 ‘늑장 대처’라는 질타를 받았다.
조태용 국가안보실 1차장은 낮 12시30분 “북한이 올해만 2번째 핵실험을 감행한 것은 묵과할 수 없는 중대한 도발”이라는 정부 규탄성명을 발표했다. 같은 시간 합참은 이순진 의장이 긴급 화상 작전지휘관회의를 열었다.
■재등장한 리춘히 “핵탄두 폭발시험”
오후 1시30분 북한 조선중앙TV가 ‘핵탄두 폭발시험 단행’ 사실을 보도했다. 북한은 1월6일 오전 10시30분 4차 핵실험을 실시했을 당시 11시30분 ‘특별중대방송’을 예고한 다음 낮 12시30분 핵실험 사실을 알리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 성명’을 발표했다. 이번에는 예고 없이 핵실험 4시간 만에 ‘핵무기연구소’ 명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번에도 리춘히 아나운서가 성명을 읽었다.
국회도 긴박하게 움직였다. 국회 정보위는 오후 2시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다. 외교통일위는 오후 3시, 국방위는 오후 4시에 회의를 열어 정부로부터 긴급현안보고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