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기념관 찾은 새누리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왼쪽에서 세번째)가 1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전쟁기념관 야외 무기전시장 앞에서 북한의 5차 핵실험 규탄과 대응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20대 국회 첫 정기국회가 ‘안보 블랙홀’에 갇혔다. 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정국이 급속히 안보 이슈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다른 현안들은 묻히는 양상이다.
새누리당은 안보 앞에 ‘혼연일체’를 강조하며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한반도 배치 논란 등 골칫거리 지우기에 돌입했다. 야 3당은 정기국회에서의 쟁점화를 별렀던 야당발 의제 추진 작업에 난관을 만났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11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국민들의) 혼연일체” “안보에 여야가 있을 수 없다”며 ‘단일대오’를 강조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대처 방안 중) 항상 예외로 해왔던 문제들을 과감하게 제대로 논의 테이블에 올려야 된다. 그것만이 우리를 스스로 지켜낼 것”이라며 여당 일각에서 불거진 핵무장론을 지지하는 발언을 내놨다.
이 대표의 발언은 ‘북핵 정국’을 대하는 여당 태도의 집약판이다. ‘북풍’에 맞춰 사드 배치 논란 등을 묻고, 핵무장론과 핵잠수함 도입 주장 등을 띄우며 ‘안보 이슈’를 전면에 부각하는 행보다.
당장 여권에선 “사드 배치 필요성이 더욱 명백해졌다”(김무성 전 대표), “북핵 앞에 우리는 알몸”(원유철 전 원내대표) 등의 발언이 나왔다.
국가적 위기에 ‘단합’을 말하면서 핵무장론 등 현실성이 떨어지고 논란이 일 수밖에 없는 의제를 띄우는 여당 태도를 두고 ‘모순적’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야 3당은 난감한 처지다. ‘수권 정당’ ‘안보 정당’으로 자리매김할 기회이기도 하지만 다른 모든 이슈들이 묻히는 상황은 부담스럽다.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이 합의한 8대 의제도 주목도가 떨어지게 됐다.
국회 내 사드특위를 구성해 사드 논란을 집중 추궁한다는 구상은 정부·여당이 ‘엄중한 안보 위기 속 초당적 협력’을 당부하고 나서면서 걸림돌을 만났다.
일명 ‘서별관회의’ 청문회는 북한 핵실험 당일 마무리되면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고, 12일 예정된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백남기 농민 사건 청문회도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3당 대표의 ‘안보 이슈’ 회동에 묻힐 가능성이 크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거취 문제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등 국민 여론을 동력으로 활용해야 하는 이슈도 ‘휘발성’이 떨어지게 될 수 있다. 야권 최대 현안이지만 정부·여당의 버티기에 막힌 세월호특별조사위 기간 연장 문제도 힘을 받기가 쉽지 않은 상황으로 변했다.
향후 정기국회 일정에서도 안보 관련 논의가 최우선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앞서 오는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대북 규탄 결의안을 처리키로 합의했다.
오는 20~23일 열리는 대정부질문, 26일부터 10월15일까지 예정된 국정감사에서도 국방과 통일·외교분야 질의에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