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호킹 박사, 과학기술의 혁신을 말하다
호킹 박사, 케임브리지 자택서 본사 논설위원과 만남 영상 2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경향신문 창간 70주년 기념 ‘경향포럼’에서 우주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의 홀로그램 강연에 앞서 영국 런던 자택을 찾은 경향신문 김민아 논설위원을 호킹 박사가 맞이하는 영상이 소개되고 있다.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혁신은 삶 전체를 아우르는 막대한 범주에서 일어납니다. 정말 설렙니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천체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 박사(74)는 2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크리스탈볼룸에서 경향신문 창간 70주년을 기념해 열린 포럼 ‘뉴노멀 시대-혁신과 통찰’에 홀로그램으로 등장해 미래 과학기술이 가져올 혁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호킹 박사는 경향포럼 무대의 대형화면 왼편에 홀로그램으로 등장했다. 검은색 양복을 입고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인 채 휠체어에 앉은 모습이었다. 호킹 박사는 온몸의 근육이 서서히 퇴화되는 루게릭병에 걸려 몸을 움직일 수 없다. 대신 그는 입 주변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만 가능한데, 이 움직임을 컴퓨터가 포착해 기계음으로 변환해 말을 한다.
호킹 박사는 과거 한국 방문 당시 환대받았던 기억을 언급하면서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1990년과 2001년 방한한 데 대해 “방문을 즐겼고 한국을 좋아했다”고 밝혔다.
호킹 박사는 “일생에서 중요한 변화를 보고 있다”며 “1960년대 과학자로서 연구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천문학은 모호하고 존중받지 못하는 분야였으나 지금은 거대강입자가속기(LHC)나 힉스 입자 발견 등으로 환호성이 들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천문학이 우주를 우리 앞에 열어놓았다는 말이다. 2013년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가 거대강입자가속기에서 힉스 입자를 발견하는 쾌거를 올렸고 이를 통해 빅뱅 직후 우주의 모습을 알아가는 데 큰 진전이 있었다.
이어 “젊은이들의 미래는 그 어느 때보다도 과학과 기술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 가운데 인류가 대응해 나가야 할 이슈로는 지구온난화, 인구 증가와 공간 부족, 종의 멸종, 재생에너지원 개발 등을 지목했다. 그는 “미래엔 훌륭한 발명들이 있을 것이고 이것이 우리가 살고, 일하고, 먹고, 소통하고, 여행하는 방식에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삶의 대부분 영역에서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과학기술과 혁신을 통해 화성에서 희귀 광물을 채취하고 불치병에 대한 치료법을 찾게 되는 일도 생길 것이라고 했다. 또한 “다음 세대는 아직도 우리에게는 질문으로만 남아 있는 ‘지구에서 생명이 어떻게 시작됐는가’ ‘의식이란 무엇인가’ ‘우주에 생명체는 우리들뿐인가’ 하는 물음에 답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킹 박사는 “이론적인 토론에 머무르지 말고 직접 동참해야 한다”는 말을 끝으로 자신의 딸 루시 호킹 박사를 소개하며 홀로그램 배경화면인 우주 속으로 사라졌다.
딸 루시 호킹 박사 기조연설
2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경향신문 창간 70주년을 기념해 열린 ‘경향포럼’에서 세계 최고의 우주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의 딸인 루시 호킹 박사가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김정근 기자
루시 호킹 박사는 호킹의 장녀이자 과학소설가다. 루시 호킹 박사는 아버지 호킹 박사와 함께 지은 소설 <조지의 우주 시리즈>를 예로 들어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과학 교육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조지의 우주 시리즈>는 조지와 애니라는 어린이가 슈퍼컴퓨터인 코스모스를 타고 우주 모험을 떠나는 내용이다. 루시 호킹 박사는 “이것은 공상과학소설이 아니라 실제 과학적 사실에 기반을 둔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이야기야말로 인류가 매일 얼마나 놀라운 발견을 하고 있는지, 우주가 얼마나 경이로운지 알려준다”고 전했다.
이어 아버지 호킹 박사와 러시아의 부호 유리 밀너 등이 참여한 프로젝트인 ‘브레이크스루 스타샷(Breakthrough Starshot)’을 소개했다. 이 프로젝트는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계인 ‘알파 센타우리’에 스마트폰 크기의 초소형 우주선 1000여개를 보내는 우주 탐사 계획이다. 그는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바탕으로 아버지인 호킹 박사 등이 새로운 우주 여행을 기획했다”며 “새로운 은하계에서 지구와 비슷한 별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루시 호킹 박사는 과학 대중화 공로를 인정받아 2008년 사피오상(Sapio Prize)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