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에 담긴 역사 이야기
김대갑 지음 | 노느매기 | 336쪽 | 1만5000원
이 책을 읽고 나면 어린아이 품에 안겨 있는 귀여운 곰 인형 ‘테디 베어’가 무시무시하게 느껴질 수 있다. 교육적으로만 알던 영국 TV 애니메이션 ‘토마스와 친구들’은 또 어떤가. 튀김 음식인 ‘덴푸라’에는 서구 신항로 개척의 역사가 담겨 있다.
<카트에 담긴 역사 이야기>는 ‘나는 쇼핑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명제로 시작한다. 미국의 예술가 바바라 크루거가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를 패러디한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최대의 미덕은 소비다.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소비를 해야만 하고, 소비하는 인간만이 쓸모 있는 것처럼 대우받는 세상인 것이다.
역사 교사인 저자는 ‘상품의 가치’ 너머에 있는 ‘역사적 가치’에 주목한다. 무심코 카트에 담는 온갖 상품에는 우리가 알아채지 못한, 숨겨진 역사가 있다. 테디 베어는 미 대통령인 테어도어 루스벨트의 애칭 ‘테디’에서 따왔다. 1902년 루스벨트가 미시시피주를 방문했을 당시 사냥을 좋아하는 그를 위해 주 정부가 사냥하기 좋게 새끼 곰을 산 채로 나무에 매어놓은 것이 신문 만평에 실렸다. 곰 인형 가게 주인이 이 만평을 상품화하면서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테디 베어’가 탄생했다. 루스벨트는 묶여 있는 곰은 쏘지 않겠다며 사냥하지 않았지만 코끼리 등 대형동물 사냥을 즐겼다. 루스벨트의 이야기는 그의 업적 중 하나인 ‘파나마 운하의 완성’으로도 이어진다. 항해 거리 단축으로 일대 변혁을 가져온 파나마 운하는 파나마인 2만7500명의 죽음을 대가로 완공됐다.
‘토마스와 친구들’을 통해서는 영국 자본주의의 역사를 추적한다. 친구의 우정이나 협동심으로 포장된 산업혁명 당시의 노동윤리, 노골적인 인종·성차별 요소 등이 포착된다. ‘덴푸라, 스시, 돈가스에 담긴 일본 근대사’를 비롯해 ‘탕수육에 담긴 아편전쟁’, ‘럼과 커피, 분유에 담긴 아메리카의 혁명’ 등 이면을 들춘 역사 이야기가 흥미롭다. 저자는 “상품에 담긴 것은 역사이지만 그 역사라는 것 자체가 인간들의 삶의 기록이다. 카트에 상품을 담을 때 역사도 함께 담을 수 있다면 우리는 그 상품에 얽힌 사람들의 정성과 눈물과 아픔과 기쁨을 공유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