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파 무해하다면 왜 변경” 단식농성·촛불집회 등 총동원
원불교 “골프장 인근에 2대 종법사 생가터…성지 침탈 포고”
빗속에도 꺼지지 않는 촛불 경북 김천 시민들이 30일 밤 김천역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부지를 성주골프장으로 결정한 것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며 촛불집회를 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30일 경북 김천시청을 찾은 조인철씨(54·자영업)는 “국방부가 사전에 전혀 주민들 동의 절차를 밟지 않고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후보지를 성주골프장으로 옮겼다”며 “우리 국방 정책이 이렇게 허술하냐”고 항의했다. 성주골프장과 인접한 김천시 농소면 노곡리 박태정 이장(67)은 “국방부는 성주군민이 반대하면 설득하지는 않고 왜 김천 쪽으로 옮기느냐. 시민을 개·돼지 취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7시30분에는 김천역 광장에 41일째 ‘사드 반대 김천시민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우의를 입고 나온 주민 1500여명은 ‘사드배치 결사항전’ 등이 새겨진 펼침막을 흔들고 구호와 노래를 부르면서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이날 김천시 남면에서 초등생 아들과 함께 온 정미주씨(41)는 “아직 사드 레이더 전자파 논란이 검증되지 않았는데 아들을 위해서도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야겠다”고 말했다.
국방부가 사드를 성주군 초전면 성주골프장에 배치하기로 결정하자 인근 김천지역 주민들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원불교도 골프장과 500m 떨어진 곳에 원불교 2대 종법사인 정산 종사 생가터와 구도지가 있다며 사드 배치를 반대했다.
성주롯데골프장 사드배치반대 김천투쟁위원회(김천투쟁위)는 성명서를 내고 “국방부 주장대로 사드 레이더 전자파가 무해하다면 굳이 성산포대에서 성주골프장으로 변경할 이유가 있느냐”고 항의했다. 이어 “후보지 변경으로 피해는 고스란히 김천이 입게 됐다”며 “성주골프장 배치 발표를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백성철 투쟁위 공동수석위원장은 “단식농성과 촛불집회 등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반대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지난 27일부터 단식농성에 돌입한 박보생 김천시장은 “시민들의 생존권과 재산권 보존을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으나 사드 배치 부지 결정을 바꾸는 데 역부족이었다”며 “포기하지 않고 사드배치반대 추진위와 공동으로 시민 피해를 막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이날 황희종 국방부 기획조정실장 등 국방부 관계자 3명이 설명회를 위해 찾아오자 면담을 거절했다. 주민 50여명은 2층 복도에서 ‘사드 배치 반대’ ‘김천시민 무시하느냐’ 등의 구호와 손팻말을 들고 황 실장 일행을 저지했다.
원불교 성주성지수호 비상대책위원회는 국방부 앞에서 사드 배치 발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통해 “성주 성지가 인접한 성주골프장을 일방적으로 주한미군 사드 부지로 발표한 것은 가짜 안보를 빌미로 우리 성지를 강제로 침탈하겠다는 포고와 같다”며 “원불교인들은 ‘죽어도 여한이 없다(死無餘恨·사무여한)’는 정신으로 부당한 결정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성주골프장 인근에 원불교 2대 종법사인 정산 종사(1900~1962)의 생가터와 구도지가 있어 성지로 조성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