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적인 것의 사회학
기시 마사히코 지음·김경원 옮김 |이마 | 236쪽 | 1만3800원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가. <단편적인 것의 사회학>은 이 물음을 생각하기 위해 쓴 책이다. 저자 기시 마사히코는 “흐리멍덩하고 애매모호한 책이다 보니 실로 각양각색의 방식으로 읽히고 있다”고 귀띔한다. 저자는 그동안의 저서 <동화와 타자화-전후 오키나와의 본토 취직자들>(2013)에서 고도 성장시대에 본토로 향한 오키나와 젊은이들의 본토 이동과 유턴의 체험담을 그린다. 오키나와 사람들의 개인적인 서사를 통해 전후 오키나와 역사의 단면을 담은 것이다. <거리의 인생>(2014)에선 노숙자, 섭식 장애자, 마사지 걸, 외국인 게이 등의 구술을 소개하며 일체의 해석을 가하지 않았다.
그 후 저자는 “사회학자로서는 실격일지 모르지만 언젠가 ‘분석할 수 없는 것’만 모아서 책을 내고 싶었다”며 이 책을 내놓는다. “세계 도처에 굴러다니는 무의미한 단편에 대해, 또는 그러한 단편이 모여 이 세계가 이루어져 있다는 것에 대해, 나아가 그러한 세계에서 다른 누군가와 이어져 있다는 것에 대해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고자”한 것이다.
그동안 구술정리를 위해 진행한 인터뷰 내용 중 소개하지 않은 ‘부스러기’ 같은 이야기나 그때의 단상들, 몇년간 지켜본 블로그들의 속 풍경, 저자의 주변에서 발생한 사건들이 뒤범벅돼있다. 부스러기들을 모아 함부로 일반화하거나 전체화하는 “일종의 폭력”을 경계한 것이다.
특히 오키나와인, 재일 코리안, 피차별 부락민(에도시대에 형성된 피차별민 주거부락), 장애인, 게이, 이주여성 등에 시선을 멈춘다. 여기에는 흔히 우리 곁에 존재하지만 눈에 띄지 않는 주변인(조직폭력배, 거리의 연주자, 방치된 아이들, 가정폭력의 희생자 등)도 있다. 사회구조적 차원에서 손쉽게 치환하거나 분석하지 않은 이들의 삶은 오히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세계의 이면을 마주하게 한다. 이 책이 에세이이자 사회학서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