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나쁜 사람” 거명자 좌천 인사 후 승마 특기자 합격
2014년 대회 때 정윤회·최순실 부부 승마협회 영향력 나돌아
정씨 지인들 부모 의혹 제기하자 SNS에 분노 감정 쏟아낸 듯
이화여대 학생들이 지난 17일 서울 이화여대 정문 앞에서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입시·학사 특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왼쪽). 오른쪽은 정씨가 2014년 12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 서성일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60) 딸 정유라씨(20)가 과거 “돈도 실력이야. 니네 부모를 원망해”라는 내용의 글을 게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정씨의 과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을 보면 정씨는 2014년 12월3일 새벽 시간대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 있는 우리 부모 가지고 감 놔라 배 놔라 하지 말고. 돈도 실력이야. 불만이면 종목을 갈아타야지. 남의 욕하기 바쁘니 아무리 다른 거 한들 어디 성공하겠니?”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정씨는 또한 격한 어조로 “말 타는 사람 중에 친한 사람 없어. 나 친한 사람 딱 네 명 있어. 니네들은 그냥 인사하는 애들 수준이야. 뭘 새삼스럽게 병이 도져서 난리들이야” “내가 만만하니? 난 걔들한테 욕 못해서 안 하는 줄 알아?…놀아나주는 모자란 애들 상대하기 더러워서 안 하는 거야”라고도 적었다.
정씨가 해당 게시물을 올린 시기는 2014년 3월 승마 국가대표 선수로 발탁되고 이후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거쳐 이화여대에 합격하면서 특혜 의혹이 불거지던 때였다. 사회적으로 부모와 자신에 대한 각종 의혹이 제기되면서 지인들 사이에서도 술렁이는 분위기가 감지되자 정씨가 자신의 감정을 SNS에 토로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해 4월엔 경북 상주에서 열린 전국승마대회에서 정씨가 준우승을 했지만 판정 시비가 불거졌다. 이후 정윤회·최순실씨 부부가 승마협회를 좌지우지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문화체육관광부가 직접 조사에 나섰다. 해당 대회의 심판진은 이례적으로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그해 8월 유진룡 당시 문체부 장관을 집무실로 부른 뒤 수첩을 꺼내 문체부 국장과 과장 이름을 직접 거명하며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실제 승마협회 조사를 맡았던 담당자들이 인사에서 좌천되면서 최씨에 대한 비선 실세 의혹도 커졌다. 그해 9월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마장마술 단체전 금메달을 딴 뒤 정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그간의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아니 뭐 신경 안 써요. 공주라는데 기분 좋죠 뭐”라고 답해 화제가 됐다.
정씨는 그해 10월31일 자신의 SNS에 “이화여대 합격!”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날은 이화여대가 2015학년도 수시전형 체육특기자 합격자를 발표한 날이다.
그러나 이화여대 2015학년도 수시모집 체육특기자 전형에서 승마 분야로 정씨가 합격했다는 언론 보도가 12월 초 나오면서 특혜 논란은 더욱 확산됐다. 2014학년도까지 이화여대 체육특기자 전형은 11개 종목 선수만 지원 가능했으나 2015학년도부터 전형을 바꿔 23개 종목으로 지원 대상을 확대했다. 2015학년도의 바뀐 전형에 해당되는 합격자는 정씨뿐이었다.
최씨가 국내 대기업들로부터 수백억원대 돈을 받아 사적으로 운용하려 했다는 의혹이 점점 커지고 있다. 최씨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잇따라 설립해 국내 대기업들로부터 800억원이라는 출연금을 받았고, 박 대통령이 이란 방문 당시 체결한 K타워 프로젝트 등에도 관여한 사실이 밝혀졌다. K스포츠재단이 국내 한 대기업에 올해 초 80억원대 투자를 제안한 사업의 주관사는 최씨와 정씨가 대주주인 독일 현지 스포츠마케팅 회사 ‘비덱(Widec)’인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지역신문인 타우누스 차이퉁의 지난 8월24일자 온라인판 기사를 보면 비덱은 지난 6월 기존의 3성짜리 호텔을 매입해 ‘비덱 타우누스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독일의 또 다른 회사 ‘The Blue K’도 최씨의 회사로 파악됐고, 국내 스포츠 컨설팅 전문기업 ‘더블루K’도 연결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향신문은 정씨에게 해당 글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e메일을 보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