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관현악단 첫 상주작곡가 김성국·정일련, 29일 초연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지난 17일 국립극장 연습실에서 상주작곡가인 김성국·정일련의 창작곡을 연습하고 있다. 국립극장 제공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최근 3~4년간 자주 연주한 레퍼토리는 30여곡에 불과하다. 현재 창작곡과 편곡한 작품을 합쳐 900여곡을 갖고 있지만 그만큼 작품성은 물론 관객과 호흡하는 곡수가 적다는 얘기다. 안호상 국립극장장이 “공연할 레퍼토리를 짜면서 가장 힘든 게 국악”이라고 할 정도다. 여기엔 서양의 관현악에서 가져온 국악관현악의 역사가 50여년으로 비교적 짧은 이유도 있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관객과 활발하게 소통할 수 있는 동시대성을 지닌 음악을 만들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상주작곡가 제도를 마련했다. 이 제도는 단발로 의뢰받아 외부에서 곡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작곡가가 연주자들과 소통하고 협업하면서 다양한 실험 등을 통해 새로운 곡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2016 상주작곡가’인 김성국(사진 오른쪽)과 정일련(왼쪽)이 그동안 작업한 창작곡 ‘영원한 왕국’과 ‘Centre(센터)’를 29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초연한다. 기존 국악관현악기의 배치를 확 바꾸는 파격, 고구려 역사의 대서사를 개성 있는 선율로 옮긴 작품 등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성국은 국악관현악곡 ‘공무도하가’, 대금·아쟁·거문고 3중 협주곡 ‘내일’, 창극 ‘코카서스의 백묵원’ 등을 통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중앙대 교수이자 중앙국악관현악단 단장을 겸하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 그는 고구려 벽화 ‘사신도’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 ‘영원한 왕국’을 선보인다. 그는 “고구려 벽화에서 느껴지는 에너지가 굉장히 오묘했다. 고구려인의 기상과 예술적 혼을 각각 주제선율로 표현한 곡”이라며 “삼도농악의 리듬과 경기도당굿의 장구 사운드가 재료로 쓰였고 동해안별신굿의 다양한 변박 등이 녹아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일부 시현한 ‘영원한 왕국’은 웅장하면서도 때론 세밀화처럼 펼쳐져 극적이었다.
정일련의 ‘Centre’는 좀 더 실험적인 곡이다. 지난해 궁중음악 ‘수제천’을 새롭게 탄생시킨 ‘천-해븐(天-Heaven)’으로 호평받은 그는 베를린예술대에서 작곡을 공부했지만 전통음악에 심취해 있다. 현재 독일에서 ‘아시안 아트 앙상블’ 예술감독 및 장구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에 초연하는 ‘Centre’는 국악관현악기의 배치를 기존과 달리 설계해 전통음악 본연의 소리에 더 집중하도록 한 곡이다. 뒤쪽에 편성돼 있는 대금과 피리, 타악기인 장구 등이 가야금, 거문고, 해금 등 다른 국악기들과 대등하게 솔리스트를 중심으로 부채꼴 안에 자리하는 것이다.
그는 “대금의 청(얇은 막)이 내는 소리나, 왼손이 현을 누를 때 나는 가야금 소리, 아쟁의 긋는 소리 등은 서양 악기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것”이라며 “현대 서양음악이 어떻게 하면 (기존)소리를 망가뜨릴까 고민하고 있지만 국악은 현재 있는 많은 소스를 잘 되살리는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음악에 있어 인간이든 악기든 본연의 속성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Centre’는 전통음악이 지닌 원조의 모습에 현대성을 부여한 셈이다.
29일 공연에서는 경기민요 ‘이별가’의 주제 선율을 차용해 변주한 바이올린 협주곡 ‘이별가’(김성국 작곡)와 국악관현악곡 ‘천-해븐(天-Heaven)’ 등도 연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