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직업이나 학력, 주택의 전·월세 여부를 확인하는 비인권적인 가정환경조사서가 여전히 많은 학교에서 배부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미 수년전 교육부가 비인권적 가정환경조사서 배부를 금지했음에도 일부 교사가 기존 양식을 그대로 활용하거나 온라인상에 떠도는 잘못된 양식을 사용하는 등 부주의로 인해 이런 문제가 빚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경기도교육청의 ‘가정환경조사서 현황 파악(2016년 3월 기준)’ 자료에 따르면 도내 2300여개 초중고교 가운데 학생의 신상정보 등을 확인하는 가정환경조사서를 배부하는 학교는 1541개교다.
이들 학교 중 대다수는 학년 초인 3월 신입생인 1학년을 대상으로 가족관계, 진로희망 등을 묻는 가정환경조사서를 배부한 뒤 취합한다. 교사들은 이 자료를 토대로 학생 상담을 하고 학생별 교육 방향을 잡는다.
그런데 이 가운데 200여개 학교는 가정환경조사서로 부모의 직업이나 학력을 묻거나 집의 소유 형태(전·월세 및 자가)까지 확인해 지나치게 개인정보를 침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질문 항목 별(중복응답)로는 부모 직업이 196개교(초 50교·중 85교·고 61교)로 가장 많았으며, 부모의 학력 5개교(중 3교·고 2교), 집의 소유 형태 3개교(중 2교·고 1교)로 나타났다.
부모의 직업과 학력을 파악한 경기지역 모 중학교 교감은 “학생을 전혀 모르고 지도할 수는 없다. 학생이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파악해야 적절한 지원과 지도가 가능하다”며 “지금은 이런 식의 조사는 하지 않지만, 상담에 잘 응하지 않는 학부모도 있어 학생의 환경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많은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학생 인권 보호와 교육 취지 두가지 모두 살리는 방안으로 가정환경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중학교 교사는 “부모의 직업이나 연봉 등은 아이를 지도하는 데 필요한 정보가 아니라 인권 침해적 요소가 있는 개인정보일 뿐이고 학생에 대한 편견만 심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도교육청 학생인권센터 김민태 인권옹호관은 “지나친 개인정보 취합은 원칙적으로 안된다”면서 “아동학대 예방 등 최근 들어 학생의 가정환경 조사가 불가피한 상황도 있는데 개인정보 침해나 학생 인권 문제로 조사가 곤란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