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금 않기로 결정했는데 돈 들어와 재단에 돌려주라 해”
롯데 압수수색 전 돌려줘 우병우 전 수석 모종 역할 의혹
검찰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7·사진)으로부터 “청와대 내부에서 K스포츠재단이 롯데그룹으로부터 70억원을 모금하는 문제를 직접 논의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 과정에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의 수사 정보까지 논의된 정황도 포착됐다. 청와대가 ‘비선 실세’ 최순실씨(60)의 사유화 의혹이 짙은 K스포츠재단 운영을 박근혜 대통령의 방조하에 좌지우지해온 셈이다.
10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안 전 수석으로부터 “청와대 회의 석상에서 K스포츠재단이 롯데에 70억원을 모금하자는 논의가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대기업들로부터 288억원을 출연받아 지난 1월13일 설립된 K스포츠재단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인 “창조경제 기여”를 설립 목적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최순실씨 국정농단의 핵심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K스포츠재단은 지난 3월 말 ‘5대 거점 체육인재 육성사업’과 관련해 롯데 측에 후원금을 낼 수 있는지를 타진했다. 재단에서 이 사업을 담당한 이는 노모씨와 박모씨로 두 사람 모두 최순실씨가 설립한 스포츠 컨설팅 업체 더블루K 운영에 깊이 관여돼 있다.
지난 5월 초 롯데그룹은 6개 계열사를 동원해 70억원을 재단에 송금했다. 이미 재단 설립 출연금으로 17억원을 낸 롯데가 추가 지원에 나선 것이다.
안 전 수석은 또 검찰에서 “청와대 회의에서 70억원 모금을 하지 않기로 결정을 했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70억원이 들어왔다”며 “이를 나중에 알고 롯데에 돌려주라고 재단에 얘기한 것”이라는 진술도 했다. 이와 관련해 K스포츠재단은 지난 6월7일 돌연 70억원 반환 의사를 롯데 측에 통보하고, 9일부터 닷새간 돈을 순차적으로 되돌려줬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는 재단의 돈 반환이 시작된 다음날인 10일 롯데그룹 정책본부 등 17곳을 압수수색했다.
청와대가 70억원 모금을 논의할 당시는 롯데그룹 총수인 신동빈 회장과 그의 형인 신동주씨 사이에 경영권 분쟁이 벌어져 법적 문제로 비화된 시점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 회의에서 롯데에 대한 검찰의 수사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금 모금 중단 결정이 내려졌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 같은 결정이 K스포츠재단 실무진에게까지 전달이 안돼 실제 모금이 이뤄졌고, 검찰의 롯데그룹 압수수색이 임박하자 황급히 돈을 되돌려준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당시 청와대 회의에서 안 전 수석이 어떤 인사들과 롯데 모금 문제를 논의했는지 집중 추궁하고 있다. 또 이 과정에서 롯데에 대한 수사 정보가 공유됐는지도 캐고 있다. 롯데 수사와 관련된 압수수색 영장은 법원에 청구하는 즉시 극도의 보안 속에 법무부를 거쳐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통보된다.
당시 검찰 수사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49)이 이 과정에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