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 단골병원 차병원 숙원사업 ‘복제배아’ 규제 완화 ‘입김설’
반대한 공무원들 ‘경질성 인사’…문체부 집단퇴직 사건 판박이
비선 실세 최순실씨(60)가 자신의 단골병원인 대형병원그룹 차병원의 숙원 사업이 해결되도록 정부에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를 반대하던 보건복지부 담당 과장은 발령받은 지 4개월 만에 보직이 변경됐고 직원 2명도 육아휴직을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씨의 딸인 승마선수 정유라씨(20) 지원에 걸림돌이 된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들이 대거 물러난 것처럼 복지부에서도 ‘찍어내기’가 진행됐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의료계 관계자는 10일 “복지부 담당 과장이 (차병원이 원하는) ‘비동결난자’를 이용한 체세포 복제배아 연구에 부정적인 의견을 주장하다 인사 발령이 나 교체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차병원은 최씨와 박근혜 대통령이 진료를 받은 서울 강남 차움병원의 모기업이고, 비동결난자 이용 연구는 차병원이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사안이다.
앞서 5월18일 열린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는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비동결난자의 연구 사용을 금지하는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청와대 경제수석실은 지난 5월 말 비동결난자 관련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복제배아 연구 전문가 황우석 박사와 정만기 청와대 경제수석실 산업통상자원비서관, 복지부 주무과장 ㄱ씨 등이 참석했다. ㄱ과장은 이전부터 비동결난자 사용에 반대해왔다. ㄱ과장은 간담회를 마치고 열흘 뒤쯤인 6월10일 다른 과장으로 전격 교체됐다. 부임한 지 4개월 만이어서 ㄱ과장이 비동결난자 허용에 반대해 경질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ㄱ과장은 “인사는 인사권자의 몫이다. 내 선에서 말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밝혔다.
또 ㄱ씨와 같은 과에서 일하던 직원 2명도 돌연 육아휴직을 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함께 일하던 직원들이 육아휴직을 신청한 것도 얼마나 (청와대의) 압력이 컸으면 그랬겠느냐”라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육아휴직은 각자 자녀를 키우기 위해 낸 것”이라고 밝혔다.
복지부에서는 ㄱ과장 외에 또 다른 ‘찍어내기’가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복지부를 퇴직한 한 간부는 “복지부에서도 의료 해외 수술 등의 분야 등에서 문체부와 같은 ‘피의 숙청’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퇴직 간부는 “그분(최순실) 얘기는 워낙 금기 사항이었다. (대통령이) 순방을 갈 때 차움(병원)이나 이런 곳이 관여를 해 (최씨) 관련된 소문이 조금씩 났다”고 말했다.
정경실 복지부 인사과장은 ㄱ과장의 교체에 대해 “외부 요인은 전혀 없었다. ㄱ과장도 직급에 맞는 부서를 원했고, 마침 자리가 나서 자리를 옮기게 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차병원 관계자는 “예전부터 비동결난자로 연구 허가를 해달라고 꾸준히 요청해온 것이 올해 7월 동결 난자로 최종 허가가 난 것”이라며 “이는 옛날에도 했던 연구에 불과해 특혜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