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선후보 이전부터 일정표·전화기 틀어쥐고 당시 당 대표 통화도 ‘차단’
14일 검찰에 출석한 박근혜 대통령의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인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50)의 막강했던 위세는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과의 관계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박 대통령이 대선후보이던 2012년 10월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열린 캠프 인사들의 기자회견에 안 전 비서관이 나타났다. 당시 의원실 5급 비서관이던 안 전 비서관은 장난스럽게 한 초선 의원을 향해 “의원님, 열심히 하고 있나요”라는 취지로 말을 걸었다. 당시 해당 의원의 얼굴은 사색이 됐다.
안 전 비서관은 박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일정을 관리하는 수행비서로서 ‘휴대전화 문고리’ 역할을 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친박계 의원들은 “안 전 비서관이 전화를 안 바꿔준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친박계 좌장인 김무성 의원도 사석에서 “박(근혜) 대표랑 연락이 안된다. 안봉근이 안 바꿔준다”며 울분을 터트렸다. 이 때문에 일부 친박 의원은 저녁시간대에 박 대통령의 삼성동 자택으로 유선전화를 걸어 접촉을 시도하기도 했다.
후보 시절 ‘박근혜 대변인’ 역할을 해온 현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당시 5급이던 안 전 비서관에게 저자세로 대통령의 일정을 알아내는 장면도 종종 목격됐다.
2014년 말 ‘최순실씨 전남편 정윤회 동향 문건’ 파동으로 문고리 3인방 사퇴 여론이 여권 내부에서도 비등했던 시기의 일화도 유명하다. 그해 12월7일 청와대에서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의 오찬이 있었는데 사퇴 요구에 휩싸였던 안 전 비서관은 오히려 새누리당 의원들을 일일이 영접하며 귓속말까지 했다. 당시 참석한 한 새누리당 의원은 “안 전 비서관이 대통령 비서실장인 줄 알았다”며 비꼬았다.
2014년 4월 ‘문고리 3인방’을 조사하던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을 쫓아낸 인물이 안 전 비서관이란 의혹도 있다. 당시 조 전 비서관과 함께 일했던 파견 경찰관 등 사정기관 요원 20명은 그해 7월1일자로 팩스 한 장으로 모두 원대 복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