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코퍼레이션 현대차 납품 로비’ 만으로 당장 적용 가능
삼성물산 합병 과정·롯데 70억에도 ‘모종의 지시’ 확인 중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가 대면조사를 거부한 박근혜 대통령을 정조준한 ‘뇌물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순실씨(60)가 기업들에서 각종 금품을 수수한 뒤 그 대가로 박 대통령에게 전달한 ‘부정 청탁’을 낱낱이 밝히겠다는 것이다.
21일 법조계에서는 ‘KD코퍼레이션 납품 로비 사건’을 두고 검찰이든 특검이든 박 대통령을 대면조사하면 뇌물죄 적용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흡착제 제조업체 KD코퍼레이션과 현대자동차가 체결한 납품계약을 수시로 체크했다. 이곳은 최씨의 딸인 정유라씨(20)의 초등학교 동창 아버지가 운영하는 회사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7)은 ‘특별 지시사항 이행상황 문건’을 만들어 박 대통령에게 경과를 보고했다. 최씨는 계약 체결 전후로 이 회사 대표에게서 샤넬백과 현금 등 5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았다. 제3자 뇌물죄는 공무원이 직무에 관해 ‘부정 청탁’을 받고 다른 사람에게 뇌물을 주게 하면 성립한다.
박 대통령은 2014년 10월 최씨가 보낸 KD코퍼레이션 사업소개서를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47)을 통해 받았다. 한 달 뒤 박 대통령은 안 전 수석에게 “ ‘훌륭한 회사’인데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 현대차에서 그 기술을 채택할 수 있는지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이 동석한 상태에서 정몽구 현대차 회장에게 계약을 종용했다. 이후 기술력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업체인데도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5월에는 박 대통령이 프랑스를 순방할 때 KD코퍼레이션 대표가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했다.
검찰은 삼성이 204억원에 달하는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과 별개로 최씨 일가에 50억원 이상의 현금을 지원한 이유도 살펴보고 있다. 특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국민연금공단이 찬성한 경위를 집중 수사 중이다. 지난해 5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합병 비율이 오너 일가와 달리 삼성물산 일반 주주들에게 불리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런데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10%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공단이 삼성 측 손을 들어주면서 합병안이 가결됐다.
검찰은 국민연금공단의 의사결정 과정에 삼성 측 청탁을 받은 최씨의 ‘입김’이 영향을 끼쳤는지 입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9~10월 최씨가 독일에 설립한 ‘비덱스포츠’와 자문계약을 맺고 35억원을 지원했다. 이 돈은 최씨가 딸 정유라씨의 승마훈련을 돕기 위해 독일로 함께 출국한 한국인 직원들이 거주할 호텔을 매입하고 정씨의 훈련용 말을 구입하는 데 사용됐다. 또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 사이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37)가 설립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원을 후원했다. 이 과정에서 ‘KD코퍼레이션 납품 로비 사건’처럼 최씨의 청탁을 받은 박 대통령이 안 전 수석에게 ‘모종의 지시’를 내렸는지 살펴보고 있다.
롯데가 최씨가 추진한 ‘체육인재 육성사업’에 70억원을 내놓은 부분도 특검에서 뇌물죄가 적용될 여지가 있다. 최씨는 지난 2월 해당 사업에 필요한 체육시설을 건립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기업에서 조달하기로 하고 정 전 비서관을 통해 그 뜻을 박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한 달 뒤 박 대통령과 신동빈 롯데 회장의 단독 면담이 성사됐다. 박 대통령은 면담 직후 “롯데가 경기 하남시 체육시설 건립과 관련해 75억원을 부담하기로 했다. 진행 상황을 챙겨보라”고 안 전 수석에게 지시했다. 이 부분 역시 롯데가 거액의 금품을 미끼로 검찰 수사를 회피하는 등 부정 청탁을 했다는 진술이나 증거만 확보된다면 제3자 뇌물죄가 성립된다.